김범석 < 극동대 경상학부 교수 >

정부가 기업지배구조 문제를 들고 나왔다.

논의의 핵심은 가족중심 총수중심의 기업지배구조에서 전문경영인중심으로
바꾸어 나가는데 있다.

정부는 가족중심 기업문화가 국제화돼 가고 있는 현재의 경영환경에 부적합
하다고 보는 것 같다.

하지만 제도개선에 앞서 몇가지 짚어봐야 할 점이 있다.

첫째 전문경영인이 소유경영인보다 과연 경영능력이 뛰어난가이다.

이 문제에 대해선 학문적으로 정립된 이론이 없다.

현실에서는 서로 상충하는 사례가 많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나 과거의 미국 포드사는 모두 개인중심 또는
가족중심의 회사다.

물론 크라이슬러사의 아이아코카처럼 유능한 전문경영인이 기업을 되살리는
사례도 적지 않다.

따라서 전문경영인이 더 바람직한가 또는 소유경영인이 더 바람직한가를
따지는 것은 불필요하다.

더구나 정부가 나서서 기업의 지배구조형태를 개조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둘째 지배구조개선이 필요한 기업의 기준은 무엇인가이다.

정부가 의도하는 지배구조개선 대상이 일부 대기업인지 또는 이보다 더 넓은
범위인지 불확실하다.

그러나 기업의 속성상 창업주없는 기업이 있을 수 없고 성장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이 없다.

자칫 한강물을 칼로 베는 격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셋째 능력없는 경영인을 어떤 방법으로 구별할 것인가이다.

경영능력의 기준을 1년간 실적으로 할 것인가, 5년 10년간으로 할 것인가다.

기준을 정하기에 따라 자의적 판단이 나오기 쉬운 것이 경영능력이다.

경영능력이란 개인능력 뿐 아니라 그때그때 경영환경의 영향을 크게 받는
것이다.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결국 이 문제는 주주들이 해결해야 한다.

제3자가 잣대를 만들어 해결하려 한다면 얻는 것 보다 잃는 것이 더 클
것이다.

우리나라 기업지배구조의 문제는 창업주 또는 가족 중심의 경영행태 자체가
아니라, 소유경영인이 다른 주주들의 이익을 배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는
데 있다.

전문경영인과 소유경영인이란 이분법적 사고에서 벗어나야 한다.

차라리 대주주와 소액주주, 경영인과 주주간의 균형과 견제가 이뤄지도록
주주총회 운영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이사회제도 개선, 소액주주 권한확대 등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게 정부의
몫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9년 3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