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집이 넓어보였으면 하는 마음은 집가진 사람들의 공통적인 욕심이다.

일산신도시 정발산 남쪽기슭 전용주거지역에 있는 이재택씨의 집은 그런
욕구를 충족시킨다는 점에서 성공적이다.

거실 소파에 앉아 바깥을 보면 확트인 시야가 들어온다.

마당과 외부의 공공녹지(잔디밭)가 이어지면서 전부 안마당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대지 81평, 건축면적 39평, 연면적 74평인데 주변환경을 이용, 집이 실제
보다 훨씬 넓어 보이도록 설계됐다.

넓어보이기는 집안내부도 마찬가지다.

마당을 가운데 배치한 "ㄷ"자형태로 설계돼 동선을 따라가다보면 제법 걷는
묘미가 느껴질 정도로 집이 크게 느껴진다.

물론 가족들이 각자의 방으로 가는 지름길은 따로 확보돼 있다.

할머니와 아이방은 마당을 가로질러 마주보도록 배치해 눈빛으로 대화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2층 중앙에 자리잡은 부부침실은 지붕의 경사를 그대로 살려 색다른
분위기가 느껴진다.

이 집의 또 다른 장점은 서재를 생활공간에서 분리해 전통가옥의 별채와
같은 기능을 부여하고 원두막의 기분을 느낄 수 있는 휴식공간을 마련했다는
점이다.

서재는 부부침실을 지나거나 "디귿"자형태의 2층끝을 연결하는 외부브리지를
통해서만 닿을 수 있다.

따라서 서재로 쓰이긴 하지만 친구와 밤새 정을 나누고 여흥에 젖기에도
안성맞춤이라 별채로 부르기에 손색이 없다.

서재의 위층에는 지붕만 덮이고 사방이 트인 조그마한 휴식공간이 있다.

시골 원두막에서 맛보는 감흥을 따라가진 못하겠지만 나름대로 사색에 빠질
수 있는 장소이다.

이 집을 설계한 아뜰리에17의 권문성 소장은 "벽돌이나 드라이비트와 같은
평범한 마감재로 사용하면서도 고급스런 분위기를 내는데 중점을 뒀다"고
말한다.

운치를 높이기 위해 집안내부에는 부분적으로 목재를 사용했으며 바닥과
계단에는 보티치노라는 이름의 싼 대리석을 깔았다.

건축비는 평당 4백만원이 들었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2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