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대구 섬유업계의 관심은 온통 "밀라노 프로젝트"에 쏠려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지난 9월 발표된 이 계획의 핵심은 오는 2003년까지 총 6천8백억원을 투자,
산업지원시설을 대폭 확충함으로써 대구를 섬유산업의 세계적 메카로
키우겠다는 것.

계획대로만 실행된다면 대구는 원료에서 패션까지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섬유도시로 완전 탈바꿈하게 된다.

21세기초에 실현될 청사진도 청사진이지만 IMF 불황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거대한 자금의 유입은 실로 가뭄속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대구 섬유업계가 이 프로젝트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충분히 수긍이
가는 일이다.

하지만 외견상의 장미빛 전망과는 달리 이 계획의 성공을 위해서는 선결
해야할 문제도 적지 않다.

"밀라노 프로젝트의 근간을 이루는 다품종 소량생산과 패션산업 육성은
실상 지난 20년전부터 계속 추진돼 왔던 것들입니다. 그렇다면 밀라노
프로젝트는 20년동안 하지 못한 것을 5년만에 달성하자는 것입니다"

지역 섬유업계의 한 관계자는 밀라노 계획의 문제점을 한마디로 이같이
지적했다.

무엇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사회간접자본의 부족이다.

"지난 13일부터 이틀간 열린 98 대구섬유패션전시회와 수출상담회에
5백여명의 해외바이어가 몰리는 등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그러나 양변기
를 갖춘 화장실조차 제대로 없어 바이어들이 큰 불편을 겪었습니다"

원극언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 대구무역관장은 2001년 완공 예정인
섬유전시장을 조기에 건설하는 것은 물론 사업계획이 불투명해진 대구무역
센터와 국제공항의 건설 등도 시급히 해결돼야 할 과제라고 강조했다.

중앙집중적인 각종 행사, 시설, 관행들도 넘기 힘든 장벽의 하나다.

대구는 명색이 국내 최대의 섬유도시지만 대한민국 섬유대전을 비롯한
대규모 섬유관련 행사와 전시회의 대부분은 서울에서 열린다.

수출입 업무도 90% 이상이 서울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무역상사라든가 섬유업체의 본사나 무역부, 패션디자이너 등을 대구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지만 성과가 거의 없었습니다"

배광식 대구시경제산업국장은 밀라노프로젝트의 성공을 위해서는 이들의
유치가 필수조건인 만큼 특별법 제정 등 정부차원에서 획기적인 유인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업계간의 해묵은 분열과 대립도 걸림돌이다.

직물과 염색업계의 대립, 직물조합, 견직물조합, 메리야스조합, 장갑조합,
염색조합, 패션조합, 섬산협 등 각종 단체의 난립과 주도권 싸움은 보이지
않는 낭비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최근 기능이 중복되는 단체들을 과감히 통폐합하고
기능도 재조정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또 연구개발보다는 다른 회사 제품을 복제, 덤핑으로 내다파는 병폐가
성행하면서 오히려 선도업체가 도태되는 현상도 적지 않다.

제일모직 이용근이사는 시장 신규 사업자의 자격요건을 강화하는 한편
디자인을 복제하거나 덤핑할 경우 협회차원에서 제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같은 과제들이 선행적으로 해결되어야만 밀라노 계획은 제대로 결실을
맺을 수 있으리라는게 이곳 관계자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 대구=신경원 기자 shinki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2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