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천시 중앙동 정부종합청사 근처 단독주택지에 자리한 강기세씨의 2층집은
담이 따로 없다.

건물외벽이 그대로 담의 역할을 한다.

이 집이 다소 튀는 모양을 가지게 된 것은 골목길이 교차하는 모퉁이라는
집터로서의 결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의 결과다.

동쪽과 북쪽면이 모두 골목길에 접해있어 주변의 다른 집처럼 사람키 높이의
담을 쌓고 그 안에 집을 지었다면 담너머로 집내부가 들여다 보이는 불편을
겪을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노출이 심한 집터의 단점을 외벽을 활용하는 발상으로 극복했고
조형미까지 얻었다.

이 집의 또다른 특색은 집중앙에 도심주택에서 보기 힘든 마당과 정원을
만들었다는 점.

대문을 밀고 들어서자 마자 마주치게 되는 5mx7.5m의 아담한 마당과 정원은
시선을 붙들기에 충분하다.

마당 가운데 심어진 커다란 단풍나무는 집분위기를 한결 여유롭게 만들고
있다.

집안 어느 곳에서든 이 중앙정원으로 창이 나 있어 마치 풍경화를 감상하듯
4계절을 느낄 수 있다.

정원은 외부의 시선이 집안으로 곧바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부수적
인 역할도 해내고 있다.

2개면이 벽으로 막힌데 따른 채광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거실 계단 등 집안
곳곳에 하늘을 볼 수 있는 천창을 냈다.

또 2층에 자리한 부부침실에선 관악산을 정면으로 바라볼 수 있는 방향으로
창문을 만들어 수려한 전망을 확보했다.

재료면에선 조립식단열재를 사용해 시공비를 줄였다.

조립식단열재는 스티로폼을 양쪽에 대고 사이에 콘크리트를 채워넣는 자재
로서 단열효과가 뛰어나다.

강씨의 부인은 "이웃집으로 반상회를 다녀보고 우리집이 단열효과가 가장
뛰어나다는 점을 실감"했다고 한다.

조립식 단열재는 시공이 간단하고 비용도 싸게 먹힌다.

설계를 담당했던 다건축사무소 유원재 소장은 "건축을 6개월만에 끝냈고
시공비도 평당 2백50만원으로 저렴하게 들었다"고 설명했다.

"살기좋은 집"을 지으려고 애쓴 집주인과 건축가의 노력이 묻어나는 집이다.

< 백광엽 기자 kecorep@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