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개발제한구역)가 수술대에 올랐다.

71년 처음 지정된 이후 단 한번도 구역조정이 없었던 그린벨트가
대통령 지시로 전면 조정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경기부양 차원에서 보존가치가 있는 지역을 제외하곤 가급적
풀겠다는 방침이다.

이에따라 그린벨트 해제에 대한 현지 주민들의 기대감은 어느때보다
높다.

물론 그린벨트 해제를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용도변경 절차가
남아있지만 세수증대를 위해 그린벨트의 축소를 원하고 있어 대대적인
조정은 불가피하다.

전면조정을 앞둔 전국의 그린벨트 가격 실태를 긴급 점검한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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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고양시 일대와 경계를 이루는 서울시 은평구 진관내동과 외동,
구파발동.

북한산과 매봉등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어 어느 곳에서도 산이 쉽게
보이는 점을 제외하면 다른 지역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재래시장을 비롯해 편의점 상가 지하철 업무용빌딩과 갈수록 늘어나는
유동인구등 얼핏보아서는 이곳이 그린벨트인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은평구에서 그린벨트가 차지하는 비율은 55.5%.

전체 인구의 6.5%인 3만2천7백여명이 거주하고 있다.

이곳에서 올들어 거래된 토지는 총 4천9백5필지, 34만2천7백30평으로
작년보다 약간 줄었다.

이곳 땅값은 대지의 경우 구파발역과 가까운 구파발동 일대가 2백50만~
3백만원, 기자촌일대 진관외동이 2백만~2백70만원, 북한산성길 방향의
진관내동은 2백만~2백50만원으로 최근 20만~30만원 올랐다.

부동산 관계자들은 이곳이 그린벨트에서 해제되면 인근의 갈현동 불광동과
같은 평당 3백만~4백만원선으로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임야는 평당 40만~50만원대 물건이 많고, 북한산과 붙어있는 곳은
몇천원짜리 물건도 있다.

이 지역의 임야값이 싼 것은 토지 이용도가 낮고 그린벨트가 해제될
가능성이 없어서다.

은평구 일대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것은 지난 72년.

당시 경기도에서 서울시로 편입되면서다.

이곳이 그린벨트로 묶인 것은 북한산등에 둘러싸여 있어 양호한 임상을
갖춘데도 있지만 북한간첩들의 대남공작 루트로 사용된 이유가 더 컸다.

자연환경을 보호하고 서울로의 인구유입을 막겠다는 본래 취지보다
안보논리가 더 작용한 셈이다.

진관내동에서 평생을 살아온 김재성씨(67.전국 그린벨트 주민연합
부회장)는 "그린벨트 조정은 지역실정이 충분히 반영돼야 한다"며
"그린벨트를 무조건 풀기보다는 자연경관이 좋은 임야는 보호하고
사람들이 생활을 하는 곳을 우선적으로 해제해야 한다"고 말한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