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금 선율이 흐르듯 우리 고유의 은은한 가락이 집에 배어있다면 지나친
비유일까.

경남 김해시 진영읍 설창리에 있는 장영규씨(52) 집은 차라리 부드러운
가락이다.

한지로 만든 부챗살처럼 펼쳐진 집설계가 그렇다.

자재도 욕실과 주방 등 꼭 필요한 부분에만 타일 등 기능성 재료를 사용했을
뿐 흙 나무 옹이 돌 등 자연에서 빌려다 쓴 것들이다.

와이어파넬 공법으로 만든 지붕은 마당에 심어놓은 감나무 잎 이미지를
형상화했으며 남한산성에서 구한 고재로 만든 대문과 옹이로 쌓아올린 굴뚝,
돌계단이 고풍스런 정취를 물씬 풍긴다.

또한 주방을 축으로 거실 안방 등을 남쪽과 북동쪽 북서쪽으로 배치한
설계는 마치 한지로 만든 우리네 부채를 쏙 빼닮았다.

장씨가 이 집을 지은 것은 작년 11월.

32평 크기로 방 2개, 거실, 주방, 다용도실, 테라스 등으로 이뤄진 구조는
여느 단독주택과 같다.

또 2.5평 크기의 기도실도 마련했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부인을 위해 당초 독서실로 계획한 것을 기도실로
바꾼 것이다.

내부는 황토흙위에 벽지를 바르지 않아 입주한지 만 1년이 지났는데도
실내에 흙내음이 그윽하며, 이 황토벽은 한지 조명과도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또한 통풍을 위해 서까래 위에 얼기설기 엮어놓은 대나무가 토속적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이 집을 짓는데 장씨가 들인 건축비는 평당 3백20만원으로 1억여원.

당초 2백80만원 정도면 지을 수 있었으나 마당에 조그만 정원과 테라스를
만들고, 천연 재료를 사용하느라 당초 예산보다 더 들었다.

장씨가 골프용품 제조업체의 상무자리를 박차고 이곳 고향으로 내려오기로
결심한 것은 사실 오래전부터다.

평소부터 나이 50이 되면 고향으로 돌아와 전원생활을 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장씨는 이를 실천에 옮기기 위해 10여년전 이곳에다 5백50평의 땅을 사놓았
었다.

장씨가 하고 있는 일은 카페운영.

집 바로 옆에 비슷한 분위기의 전원형 카페 "예담"을 지어놓고 이미지에
맞게 한약재를 재료로 만든 전통차를 내놓고 있다.

장씨는 현재의 한가로운 생활에 더없이 만족하고 있다.

특히 옛 동네 친구들은 물론 서울서 생활할 때 사귀었던 친구나 친지들이
이곳을 찾아 부담없이 휴식을 취하는데 큰 만족을 느끼고 있다.

"분위기가 좋아서 그런지 카페영업도 성공적이다.

신앙생활에도 전념할 수 있고 황토집이어서 그런지 숙면을 취할 수 있어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고 장씨는 흡족해 한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1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