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감원에서 여사원이 최우선이라던데..."

"앞으로 같이 일하게 될텐데 저녁이나 먹으면서 이야기할까..."

최근 대량감원바람이 불면서 직장내 성폭력이 부쩍 늘고있다.

감원사실을 흘리면서 여직원을 협박, 성추행을 하는가 하면 취업난을
미끼로한 성폭력사례도 크게 증가하는 추세다.

또 실적을 올리기위해 거래처 사람들에게 노골적인 성희롱을 당하고도
말 못하는 실적형 성피해도 늘고있다.

7일 성폭력상담소에 따르면 올 상반기중 직장내 또는 고용관련 성폭력상담
건수는 1백44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백6건에 비해 35.8%나 증가했다.

하반기에는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서 상담건수가 더욱 늘어 7, 8월에 각각
31, 36건을 기록했다.

상반기 한달 평균 22건을 크게 웃돌았다.

여성민우회가 최근 서울의 사무직 여직원 6백76명, 남자직원 6백13명 등
1천2백86명을 상대로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신체적 성폭력을 당했다는
여성이 2백98명으로 여성응답자의 44.3%에 달했다.

최근 자주 발생하고있는 성폭력 사례를 유형별로 알아본다.

<>취업미끼형=지난 6월 정리해고로 회사를 그만두게된 김모씨(여.25세)는
소식지에 중소 건설회사에서 경리직을 뽑는다는 광고를 보고 전화를 걸었다.

인사부장이 "요즘 지원자가 워낙 많아 직접 인터뷰를 해야한다"며 저녁에
만나자고 했다.

식사를 하며 마지못해 한 두잔의 소주를 마시고 노래방에도 끌려가다시피
했다.

취업후에도 인사부장의 노골적인 추파와 성적 요구에 못견뎌 성폭력상담소에
전화를 걸었다.

<>해고협박형=중견기업에 다니는 윤모씨(여.28)는 과장으로부터 "조만간
팀조정이 있을 것같다.

미혼 여사원들이 감원 우선순위라더라"는 말을 들었다.

과장은 팀조정에 일차적인 권한이 자기에게 있다는 것을 암시하면서 은근히
성관계까지 요구했다.

윤씨는 이를 거절하다 자신의 전공인 홍보와는 전혀 관계없는 전산직으로
이동됐다.

<>영업실적형=자동차 세일즈를 하는 이모씨(여.26)는 소개를 받은 사람이
차를 사겠다며 카타로그와 계약서를 가지고 자기 오피스텔로 방문해주면
좋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오피스텔이라 꺼림직했지만 차팔기가 워낙 어려운 때라 할 수없이 찾아갔다.

아무 의심없이 내놓은 주스를 마신 뒤 정신을 잃고 강간을 당했다.

이후 이씨는 계속적인 성관계요구와 함께 가족에게 알린다는 협박까지
받았다.

< 김광현 기자 kkh@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10월 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