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처럼 펼쳐진 유학산을 등지고 있는 경북 칠곡군 가산면 학산동 마을.

대구시 다부동과 왜관을 잇는 4차선 도로에서 약 5백m 안쪽에 위치한
이곳에 띄엄띄엄 자리잡은 예닐곱 가구의 단독주택들이 마치 풍경화의 한
장면을 연상케 한다.

이중 피라미드 구조와 6각형 정자 형태의 2개 동이 복도로 연결된 정규호
(회사원)씨의 조그마한 집이 눈길을 끈다.

바로 정씨가 이름붙인 "건강한 집"이다.

정씨가 이 집을 짓기로 한 것은 6개월전 쯤.

3년전부터 특별한 이유없이 자고나면 온몸이 천근처럼 무겁고 밤새 두들겨
맞은 듯 뻐근하며 무력감때문에 직장생활도 전념할 수 없었다.

정씨는 병원에 입원도 해보고 좋다는 약은 다 먹어보았으나 허사였다.

정씨는 고심끝에 기와 풍수지리, 전통 건축양식이 접목된 집을 짓기로 했다.

집은 5백평 부지에 20평 크기로 지었다.

피라미드동에는 1,2층에 각각 방 1개씩을 만들었고, 6각형 동에는 방 1개와
화장실 부엌이 있다.

정씨 집의 설계는 피라미드 구조가 미라의 부패를 억제하는 등 몸에 좋은
기를 발산하고 있다는데서, 또 6각형의 정자는 우리나라 조상들이 건전한
정신을 함양하는 거처로 이용했다는 점에 착안했다.

또한 건강을 위해 집을 짓는 만큼 몸에 해로운 독성물질이 있는 방수액
페인트 등 인공소재 사용은 최대한 억제했다.

습기가 올라올 것을 우려, 정자와 같이 집을 땅바닥에서 약 70cm 띄어
올렸다.

또 집바닥도 시멘트대신 천연 황토흙과 지푸라기를 1대1 비율로 섞어
만들고 그 위에 동판을 깔았다.

기둥과 지붕은 모두 나무를 썼으며 내벽은 미송으로 처리하고 외벽은
30cm 두께로 황토흙을 발랐다.

인공소재로는 내벽과 외벽사이에 넣은 단열재와 나무기둥을 바치는 초석에
시멘트를 약간 사용했을 뿐이다.

이 집의 공사기간은 불과 4개월.

지난 5월 중순 공사를 시작해 9월15일 입주했다.

마당 조경공사 등 일부 잔손일이 남았지만 집을 짓는데 들어간 공사비는
평당 3백50만원으로 총 7천만원이 들었다.

이보다 훨씬 싸게 지을 수도 있었으나 바닥과 벽을 값비싼 황토흙으로
처리한데다, 설계와 시공을 전문업체인 유림종합건업에 맡기고, 양택풍수
전문가에게 의뢰해 출입구와 방의 위치를 결정하느라 비용이 더 들었다.

"입주한 지 10일 남짓됐지만 자고 일어나면 우선 머리가 맑고 몸이
가볍습니다. 점심만 먹고나면 나타나던 두통도 말끔히 가셔 업무집중력이
크게 높아졌습니다"

정씨는 자신의 아이디어로 지은 건강한 집에 일단은 만족한 표정이다.

< 방형국 기자 bigjob@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26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