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셸 캉드쉬 국제통화기금(IMF)총재의 파이낸셜타임스와의 회견 내용
(17일)은 "국제사회가 "국가의 부도 절차"를 공동으로 만들어보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는 데서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특정 국가가 채무 불이행 상황을 맞더라도 바로 디폴트 처리하지 않고
2~3개월 정도 유예 기간을 두겠다는 것이다.

또 이 기간중 채권단과 채무국이 협의할 기회를 갖도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종전에는 국가부도가 난 다음 채권단 회의체가 구성되었으나 앞으로는
부도 선언(모라토리엄)전에 채권단과 협의 기간을 갖도록 하겠다는
아이디어다.

굳이 표현하자면 지난해 우리나라가 부도가능 기업을 대상으로 적용했던
부도유예협약과 비슷한 정신을 갖고 있다.

미셸 캉드쉬 총재는 이를 미국 연방파산법 11조와 비슷한 내용이라고
설명했다.

미 연방 파산법 11조(CHAPTER 11)는 회사의 갱생절차를 규정한 것으로
"채권채무자가 일정한 기간을 두고 채권채무 관계를 재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아직 검토 단계에 불과하고 구체적인 내용도 불명확하지만 이 방안이
도입될 경우 아시아 러시아 중남미로 번지고 있는 국가 부도 도미노 현상은
일단 방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캉드쉬 총재는 국가 이름은 거론하지는 않은 채 그동안 여러 나라가 이같은
방안을 제안해왔다고 밝히고 이 제안이 현실화되려면 IMF가맹국들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캉드쉬 총재의 이날 발언은 지난 14일 클린턴 미대통령이 "외채
탕감 절차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한 것과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 면에서 클린턴 대통령의 외채 탕감 주장은 미재무부와 IMF간에 어느
정도 사전 논의를 거친 방안일 가능성도 높아졌다.

물론 IMF가 이같은 내용의 새로운 제도를 구체화하기 까지는 상당한 논란과
추가 협의를 거쳐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가맹국들의 동의를 얻어내기도 어렵지만 IMF가 특정 국가나 민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어느 정도까지 부도유예를 강제할수 있을 지는 불투명하다.

또 디폴트 유예절차를 구체화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해야 채권행사 정지명령을 내릴수 있을지 또 정지
명령의 법률적 효력은 어느 수준에서 규정될 것인지 등이 아직은 확실치
않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IMF회원국들간에 갈등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IMF가 국가부도를 일시 정지 시키는 명령권을 행사할 경우 IMF의 위상은
크게 강화될 것이 명확하다.

그동안 자금 대부자로서만 기능했던 IMF가 명실상부한 국제적인 은행감독
기구로 다시 자리매김되는 만큼 국제적인 논란도 불가피하다.

넘어야 할 산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 정규재 기자 jk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8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