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중남미에 번지고 있는 금융위기에 대해 긴급진화작업에 나서면서
중남미 금융시장이 초강세로 돌아섰다.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을 비롯한 로버트 루빈재무장관 등은 15일 공개적으로
"중남미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FRB(미국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중남미사태를 방관해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따라 브라질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중남미 국가의 주가와 통화가치가
폭등하는 등 금융시장이 초강세로 돌아섰다.

클린턴 대통령은 "미국은 IMF가 중남미에 1백50억달러를 지원키로 한
결정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FRB도 "중남미 사태에 대해 슬기롭고 즉각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루빈 재무장관은 "중남미 특히 브라질은 미국경제에 대한히 중요한
지역"이라고 강조했다.

중남미 사태가 더 이상 악화되는 것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것.

중남미 금융시장은 미국의 메시지에 힘입어 달아올랐다.

브라질 보베스파주가지수는 18.68%나 급등했다.

멕시코 IPC지수도 12.92% 올랐다.

베네수엘라 IBC지수역시 3.75% 높아졌다.

연일 연중최저치 기록을 갈아치우던 멕시코 페소화 가치도 달러당
10.33페소로 전날(10.60페소)보다 크게 올랐다.

미국이 중남미 보호에 나선 것은 1차적으로는 미국경제를 보호하자는
뜻이다.

중남미는 미국의 수출물량중 20%이상을 소화한다.

아시아시장의 침체로 수출에 차질을 빚고 있는 미국의 입장에서
중남미마저 망가지는 것을 방관하기는 어렵다.

또 다른 이유는 아시아에서 러시아를 거쳐 남미로 번진 금융위기의
불길을 차단하자는 것이다.

중남미가 흔들릴 경우 러시아는 물론 동구권까지 위기가 심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하지만 금융전문가들은 중남미가 위기를 완전히 극복할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고 있다.

당장의 문제는 IMF 금고가 텅비어있다는 점이다.

1백50억달러 지원방안이 검토되고는 있지만 쌓아둔 현금은 없다.

게다가 중남미 상황은 악화일로다.

콜롬비아에 이어 에콰도르가 14일 평가절하를 단행했다.

남미의 버팀목인 브라질은 외환보유고가 급속히 고갈되고 있다.

환율방어에 한달간 2백억달러를 투입한 결과 외환보유고가 5백억달러로
줄었다.

연말에는 2백억달러의 상환만기가 돌아온다.

재정적자로 연말까지 1백억달러가 필요하다.

아르헨티나 역시 IMF에 구제금융신청을 검토할 정도로 사정이 다급하다.

무디스가 15일 "중남미 채무조정에 차질이 우려된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외국인 투자가들도 보따리를 싸기 시작했다.

시장전문가들은 "미국이 지원한다고 해도 중남미가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 수 있을지 여부는 미지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중남미국가들이 금융위기의 소용돌이에서
빠져나올지 두고 볼 일이다.

< 조주현 기자 forest@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