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필 총리는 11일 김우중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대행, 김상하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을 삼청동 총리공관으로 초청, 만찬을
겸한 간담회를 가졌다.

김 총리는 이 자리에서 수출이 최근 감소하고 있는데 대해 우려를 표명하고
정부와 여당이 수출지원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수출증대를 위한
업계의 각고한 노력을 당부했다.

김 총리는 특히 5대그룹의 사업 구조조정과 관련, "해당기업들이 경영주체
를 정해 강도 높은 자구계획 이행에 나설 경우 정부는 세제상의 지원 뿐
아니라 금융지원도 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을 적극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또 "신노사문화 발전을 위해 노사분규가 발생할 경우 초기단계
부터 법집행을 엄격히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경제단체장들은 "수출 증대를 위해선 무엇보다 대기업에도
무역금융을 허용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정부가 기존 무역금융정책을 재고해
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사업구조조정과 관련, 경영주체 선정은 시간이 지나면 해결될 사안
인데도 정부가 너무 조급하게 다그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만찬에서는 이밖에 외국인 투자유치 활성화, 중소기업과 대기업간
협력 강화 등을 위한 정부와 재계의 공동 대처 방안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모임에는 당측에선 국민회의 조세형 총재권한대행 김영배 부총재,
자민련 박태준 총재 김용환 수석부총재가 참석했다.

행정부측에서는 이규성 재경, 박태영 산자, 이기호 노동부장관과 진념
기획예산위원장, 이헌재 금융감독위원장, 정해주 국무조정실장 등이 배석
했다.

참석 인사를 놓고 보면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재계 경제간담회에 버금가는
"고위 민.관.정 경제간담회"의 모습을 갖췄다.

이날 만찬은 사업구조조정 등을 둘러싼 정부와 기업간의 "막힌 곳"(이견)을
뚫기 위해 김 총리가 마련한 자리여서 서로간에 술도 곁들이며 못다한
얘기도 나누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 참석자는 전했다.

한편 김 총리는 경제5단체장에 이어 이달말께 정몽구 현대회장 등 5대
그룹총수들과도 만찬회동을 가질 예정이다.

대기업 총수들과의 만남은 지난 4일 예정됐었으나 사업구조조정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정리가 안된 때여서 김 총리가 회동을 연기시켰었다.

총리실 관계자는 "요즘 김 총리의 최대 관심사는 수출확대 등 경제문제인
것으로 안다"며 "앞으로도 기업 총수나 경제단체장들과 자주 만나 기탄없는
대화를 나눌 예정"이라고 말했다.

재계 리더들과의 이번 회동도 경제현안에 직접 관여하겠다는 김 총리의
의지를 강력히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김 총리 측근들은 "총리가 경제챙기기에 적극 나서더라도 이는
어디까지나 김대중대통령을 지원 또는 보좌하는 역할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 이성구 기자 sklee@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12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