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레이시아가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책이라며 내놓은 "고정환율제
복귀"가 아시아 시장에 큰 반향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홍콩도 역시 강력한 외환통제를 실시할지도 모른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현지 투기세력들이 일제히 꼬리를 내렸다.

반면 싱가포르에서는 장외주식거래가 위축되면서 타격을 받고 있다.

말레이시아 중앙은행은 2일 자국 통화 링기트를 미달러당 3.80에 고정
시키는 고정환율제로 회귀한다고 발표했다.

이날 조치는 말레이시아 정부가 발표한 "획기적인" 외환시장 안정화 대책의
후속조치다.

1일 말레이시아 정부는 링기트화를 안정시키기 위해 고정환율제를 도입하는
한편 링기트 거래를 국내로 한정하는 내용의 외환시장 안정대책을 발표
했었다.

마하티르 총리는 "오는 10월1일 이후 말레이시아 밖에 있는 링기트화는
인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국외은행에 예치된 모든 링기트화는 그
이전까지 국내로 들여와야 한다"고 밝혔다.

마하티르 총리는 또 "국민들은 더이상 자유시장체제에 머무를 수 없으며
자유시장원리에 상반되는 일부 조치들을 필요로 하고 있다"면서 이번 외환
시장 안정화대책을 "최후의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환란을 독자적인 방법으로 막겠다는 마하티르 식의 극약처방이다.

마하티르 총리가 이처럼 "도박"에 가까운 조치를 취한 것은 투기자본으로
부터 링기트화를 보호하고 세계금융위기에 휩쓸리지 않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링기트화의 대미달러화 가치는 지난해 7월 아시아 금융위기가 시작된 이래
40%나 떨어졌다.

올들어 2분기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하는 등 극심한 경기침체도 겪고
있다.

그러나 "마하티르식" 외환안정화대책의 실효성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반응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우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쪽은 이번 조치가 단기적으로 외환시장의
안정을 가져와 말레이시아 경제에 크게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즉 환율이 안정되면 금리를 낮출 여지가 생겨 국내경기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ING베어링증권사의 수석이코노미스트인 크리스 틴커는 "이번 조치로 금리가
낮아지고 자금이 실물경제로 몰리게 돼 말레이시아 경제회복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그동안 미국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주장해온 자본시장 자유화
조치가 아시아위기를 심화시켰다면서 말레이시아의 조치가 성공적인 선택
으로 판단될 경우 여타 아시아국가들도 고정환율제 등 부분적인 자본시장
규제조치를 잇달아 취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홍콩에 있는 인도캠 어셋 매니지먼트사의 레이 조바노비치 이사는 "좀더
시간을 두고 지켜 봐야겠지만 마하티르식 외환규제가 성공적인 것으로
판명나면 여타 아시아국가들에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 MIT대학의 폴크루먼 교수도 외환위기를 겪고 있는 동남아국가들에는
외환규제가 바람직하다는 주장을 펴 왔었다.

그러나 반대론도 만만치 않다.

IMF는 말레이시아 정부의 발표가 나온 직후 "외환규제는 투자자들의 신뢰감
회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단기적으로 말레이시아 정부가 경기부양책을 실시할 시간
을 벌게 될 것이나 장기적으로는 투자와 무역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들은 또 외국자본이 투자환경이 보다 자유로운 다른 나라로 이동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