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공황을 막기 위해 선진주요국의 정책당국자들이 결단을 내려야 할
시기가 예상보다 빨리 다가오고 있다. 러시아의 전격적인 모라토리엄 선언
이후 제3세계를 중심으로 급속히 번져나가던 금융불안이 엊그제부터는
세계유일의 안전지대로 꼽히고 있는 미국마저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지난달
31일 뉴욕증시의 다우존스지수가 사상 두번째로 큰 폭인 521.61포인트
(6.36%)나 폭락했고 그 여파로 전세계의 주가가 다시 한번 동반폭락 사태를
빚었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주식을 팔고 상대적으로 안전한 채권쪽으로 자금이
급격히 이동하고 있으며 국가별로는 제3세계에서 빠져나와 선진국으로,
그중에서도 특히 미국으로 몰리고 있다. 이같은 사태를 방치할 경우
제3세계는 자본유출로 인한 불황 및 경쟁적인 평가절하에 휩쓸리게 되고
선진국들은 보호주의를 강화할 가능성이 높으며, 그 결과 세계무역의 위축
및 대공황으로 연결되기 쉽다.

이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려면 세계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달러약세를 유도해 유동성편중 현상을 시정해야 한다.
그러자면 이달 29일 열릴 예정인 공개시장위원회(FOMC)가 현재 연 5.5%인
연방기금금리(FFR)를 낮춰야 한다. 하지만 사흘연속 폭락세를 보였던 뉴욕
주가가 1일에는 286.56포인트(3.8%)나 급반등했고, 물가 실업률 성장률 등
미국경제의 펀더맨털에 아직은 큰 문제가 없으니 당분간 관망하자는 주장도
강한 편이다.

일단 미국주가가 보합세만 유지해준다면 이번 주가폭락을 긍정적으로
봐줄 수 있지만 만일 주식보유율이 높은 미국인들의 소비심리가 위축된다면
자칫 세계공황을 촉발할 우려가 있다. 따라서 미국이 단기금리를 인하하는
동시에 일본은 적극적인 경기부양책 시행을 통해 아시아지역의 수출압력을
흡수함으로써 미국의 무역적자부담을 덜어주는 정책공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한편 국제통화기금(IMF)의 증자를 위한 1백80억달러 규모의 IMF 지원법안에
반대하던 미국 공화당의원중 상당수가 뉴욕주가의 폭락사태 이후 찬성으로
입장을 바꿔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다행한 일이다. 하지만
선진국들의 정책공조나 IMF 등 국제기구의 자금지원에 못지않게 러시아 일본
및 다른 아시아 국가 등 위기당사국들이 문제해결을 위한 자체노력을 극대화
해야 함은 물론이다.

지난 1일 모스크바에서 옐친 러시아 대통령과 가진 정상회담에서 러시아의
개혁지속을 다짐받은 클린턴 미국대통령이나, 러시아문제 논의를 위한 서방
선진 7개국(G7) 긴급정상회담 제의를 거부하고 러시아의 개혁실천을 요구한
독일의 콜 총리도 같은 입장이다. IMF체제이후 내부적으로 구조조정과 실업난
때문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경제도 이점을 유의해야 할 것이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9월 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