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일본 엔화 급락과 중국 위안화 평가절하 가능성, 인도네시아
채무불이행 우려 등 아시아금융시장 불안에 대응, 올 연말 가용외환보유고를
최대 5백억달러까지 쌓기로 했다.

또 엔화 등 주변국 환율의 절하 움직임에 따라 원화가치도 함께 낮춰
외환시장 혼란에 적극 대처해나갈 방침이다.

재정경제부는 12일 엔화 가치가 급격히 떨어져 중국 위안화의 평가절하
가능성이 다시 대두되는 등 아시아금융시장 불안이 확산됨에 따라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비상대책"마련에 착수했다.

재경부는 일단 대책의 초점을 외환보유고 최대 확충과 원화가치 절하를
통한 외환시장 안전판 마련에 맞춘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올연말 가용외환보유고를 국제통화기금(IMF)과 합의한 전망치
4백30억달러 보다 넉넉히 쌓아 최대 5백억달러까지 끌어 올릴 계획이다.

외환보유고 확충 방안으론 한국은행이 국내은행에 지원한 1백2억달러의
외화대출금잔액을 조기에 회수하고 연말에 갚을 예정이었던 31억달러의
IMF차입금을 상환연장하는 방안을 적극 강구중이다.

또 지금까지 미뤄온 서방선진 13개국의 제2선 지원금 80억달러를 연내에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키로 했다.

그러나 외국환평형기금채권(외평채)의 추가 발행 등은 최근 외평채 값이
크게 하락하고 있는 점을 감안, 자제하기로 했다.

지난달말 현재 가용외환보유고는 3백92억달러로 이달안엔 4백억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정부는 이와함께 환율이 외부충격에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외환수급
여건을 최대한 개선키로 했다.

한국전력 등 7개 주요 공기업이 추진하고 있는 30억~40억달러의 하반기
외화차입 계획을 금리조건에 따라 탄력적으로 허용키로 했다.

또 엔화나 위안화 홍콩 달러화 등 아시아 주변국 통화가치의 움직임에 맞춰
원화가치도 변동할 수 있도록 한은이나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은행들이
국내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매입하는 적극적인 환율정책도 구사할 예정이다.

한편 아시아 금융시장에 대한 위기감으로 정부가 해외시장에서 발행한
외평채 등 한국 채권값이 연일 폭락했다.

5년만기 외평채의 경우 미국 재무부채권(TB)금리에 대한 가산금리가 지난
11일 5.45%로 전일보다 0.36%포인트나 뛰어올라 지난 4월 발행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채권값이 그만큼 떨어진다는 의미다.

또 10년만기 외평채 가산금리도 지난 10일과 11일 각각 5.33%와 5.65%로
연일 급등, 발행 이후 최고수준을 나타냈다.

< 차병석 기자 chabs@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13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