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g Bank '빅뱅'] (5) '경영의 틀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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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출은행은 한결같이 쓰러질 기업들과 거래했다. 생긴지 10년도 안된
은행이 협조융자란 협조융자에 모조리 끼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이해
되는 측면도 있다. 고금리로 조달하다보니 고금리 운용이 불가피했다.
고금리대출을 쓰는 기업들은 한계기업들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인수은행
실무자)
퇴출은행의 무리한 외형확대를 꼬집은 말이다.
외형을 늘리자니 고금리를 내세울수 밖에 없었고 그러자니 자연 위험성이
큰 대출을 취급할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결말은 비참했다.
"퇴출"이었다.
이들의 외형확대전략은 과연 어디에 근거하고 있었을까.
선발은행을 따라잡자니 자연 무리할수 밖에 없었던건 아닐까.
"아니올시다"다.
다름아닌 "외형=수익"이라는 경험에 의해서였다.
기업이 망하지 않던 태평성대시절.
예금은 곧 이익이었다.
이런 신화의 맹신이 결국 엄청난 부실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은행들은 퇴출은행과 영업전략이 다를까.
역시 답은 노(No)다.
종이 한장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보면 주먹구구식
이긴 마찬가지다.
슈퍼뱅크를 자임하는 합병은행(상업한일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말만 슈퍼뱅크지 세계적인 은행과 비교하면 "스몰뱅크"다.
경영기법만 떼놓고 보면 이제 걸음마를 막 시작한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대표적인게 고객은 여전히 뒷전이라는 점.
당장 은행지점을 가보자.
당좌계 대부계 예금계 BC계 외환계 등 계투성이로 나눠져있다.
어음수표를 교부받으려면 당좌계로 가라 한다.
대출을 원하면 대부계로 가라고 한다.
신용장 개설은 외환계에서 문의하라고 한다.
고객이야 불편하건 말건 나(은행원)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심보에 다름
아니다.
고객중심이 아닌 은행중심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어서다.
최근들어 원스톱서비스를 실시한다고 선언한 은행이 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다.
업무가 이처럼 세분화돼 있다고 해도 전문가는 없다.
아마추어만 득시글 거릴뿐 프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러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오로지 "올라운드 플레이어"만 양산해 왔다.
은행원이면 누구나 만능맨이다.
수신이면 수신, 외환이면 외환, 여신이면 여신,모르는게 없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내로라 하는 사람이 없다.
정부로부터 "여신은 외국인에게 맡기라"는 멸시까지 받을 정도다.
심지어 "마당발"만 있지 수신전문가도 없다.
물론 고충이 없었던건 아니다.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직원들을 한곳에서 2년이상 근무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수시로 계이동도 시켜야 했다.
전문가들이 괄세받는 풍토다 보니 승진할수 있는 경력관리도 해줘야 했다.
그러나 이는 과거 일이다.
현재 비참한건 부인할수 없다.
외국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웬만한 외국은행엔 프로젝트파이낸싱 전문가가 있다.
그중에서도 배 항공기 플랜트 등 사업종류별로 전문가가 따로 있다.
합병은행이 국제금융에서도 리딩뱅크가 되겠다고 하지만 아무런 변화없이
이들 전문가를 쉽게 이길수 있을까.
사람관리 만이 아니다.
점포정책도 형편없다.
목좋은 곳이면 일단 점포를 내고 보자고 했다.
다른 은행이 진출하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점포를 냈다.
실력자가 부탁하면 비싼 임대료를 기꺼이 부담했다.
점포가 많으면 점포장도 많이 나온다.
해외점포가 늘어나면 해외근무자가 많아진다.
자연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칭송을 받는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다.
그 결과 은행전체 점포의 10%가량이 적자점포다.
합병은행의 9백42개 점포중 줄잡아 4백개가량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이제는 새로워져야 한다.
인력관리도, 점포관리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그 출발점은 "연공서열 탈피"에서 찾아야 한다.
능력이 있건 없건, 때만 되면 자연스럽게 승진하는 그런 일이 반복되는한
창조성을 기대하기란 애당초 무리다.
능력위주로 인사를 실시하는게 필수적이다.
능력과 자질만 있다면 전문성을 부여해야 한다.
"유능한 사람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며 대리나 과장도
능력만 있으면 팀장을 시켜야 한다"(금융연구원 지동현 박사)
은행원들도 모두가 임원이 되고 은행장이 되려는 꿈을 버려야 한다.
능력만 있다면 10년이상 은행장을 해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
어설픈 평등주의는 이제 버려야 한다.
그러자면 연봉제도입이 필수적이다.
물론 우리사회에서 연봉제를 도입하는건 아직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그러나 연봉제를 도입해야만 능력제가 정착된다.
전문가도 양성할수 있다.
실적만 좋다면 은행장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 은행원이 나와야 한다.
전문가들은 연봉을 늘리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게 되고, 그래야만 전문성도
더 빠르게 강화될수 있다.
여신전문가 수신전문가 국제금융전문가 점포전문가들로 은행이 가득 찰때
바야흐로 슈퍼뱅크는 이뤄질수 있다.
합병은행들은 요즘 싱글벙글이다.
합병발표이후 예금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두 은행 모두 최근들어 각각 2조원안팎의 예금이 빠져 나간 터라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그 이면엔 "예금이 들어와야 장사가 된다"는 과거지향적 사고가
깔려 있다.
정작 중요한건 경영의 패러다임(틀)을 바꾸는 일인데도 말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
은행이 협조융자란 협조융자에 모조리 끼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이해
되는 측면도 있다. 고금리로 조달하다보니 고금리 운용이 불가피했다.
고금리대출을 쓰는 기업들은 한계기업들 밖에 없었으니 말이다"(인수은행
실무자)
퇴출은행의 무리한 외형확대를 꼬집은 말이다.
외형을 늘리자니 고금리를 내세울수 밖에 없었고 그러자니 자연 위험성이
큰 대출을 취급할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그 결말은 비참했다.
"퇴출"이었다.
이들의 외형확대전략은 과연 어디에 근거하고 있었을까.
선발은행을 따라잡자니 자연 무리할수 밖에 없었던건 아닐까.
"아니올시다"다.
다름아닌 "외형=수익"이라는 경험에 의해서였다.
기업이 망하지 않던 태평성대시절.
예금은 곧 이익이었다.
이런 신화의 맹신이 결국 엄청난 부실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은행들은 퇴출은행과 영업전략이 다를까.
역시 답은 노(No)다.
종이 한장 정도의 차이만 있을뿐 글로벌 스탠더드에 비춰 보면 주먹구구식
이긴 마찬가지다.
슈퍼뱅크를 자임하는 합병은행(상업한일은행)도 예외가 아니다.
말만 슈퍼뱅크지 세계적인 은행과 비교하면 "스몰뱅크"다.
경영기법만 떼놓고 보면 이제 걸음마를 막 시작한 수준에 불과하다.
가장 대표적인게 고객은 여전히 뒷전이라는 점.
당장 은행지점을 가보자.
당좌계 대부계 예금계 BC계 외환계 등 계투성이로 나눠져있다.
어음수표를 교부받으려면 당좌계로 가라 한다.
대출을 원하면 대부계로 가라고 한다.
신용장 개설은 외환계에서 문의하라고 한다.
고객이야 불편하건 말건 나(은행원)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심보에 다름
아니다.
고객중심이 아닌 은행중심의 사고방식에 젖어 있어서다.
최근들어 원스톱서비스를 실시한다고 선언한 은행이 있지만 아직은 시작
단계다.
업무가 이처럼 세분화돼 있다고 해도 전문가는 없다.
아마추어만 득시글 거릴뿐 프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아이러니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오로지 "올라운드 플레이어"만 양산해 왔다.
은행원이면 누구나 만능맨이다.
수신이면 수신, 외환이면 외환, 여신이면 여신,모르는게 없다.
그러나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내로라 하는 사람이 없다.
정부로부터 "여신은 외국인에게 맡기라"는 멸시까지 받을 정도다.
심지어 "마당발"만 있지 수신전문가도 없다.
물론 고충이 없었던건 아니다.
금융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선 직원들을 한곳에서 2년이상 근무하지 못하게
해야 했다.
수시로 계이동도 시켜야 했다.
전문가들이 괄세받는 풍토다 보니 승진할수 있는 경력관리도 해줘야 했다.
그러나 이는 과거 일이다.
현재 비참한건 부인할수 없다.
외국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웬만한 외국은행엔 프로젝트파이낸싱 전문가가 있다.
그중에서도 배 항공기 플랜트 등 사업종류별로 전문가가 따로 있다.
합병은행이 국제금융에서도 리딩뱅크가 되겠다고 하지만 아무런 변화없이
이들 전문가를 쉽게 이길수 있을까.
사람관리 만이 아니다.
점포정책도 형편없다.
목좋은 곳이면 일단 점포를 내고 보자고 했다.
다른 은행이 진출하면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점포를 냈다.
실력자가 부탁하면 비싼 임대료를 기꺼이 부담했다.
점포가 많으면 점포장도 많이 나온다.
해외점포가 늘어나면 해외근무자가 많아진다.
자연 경영진은 직원들에게 칭송을 받는다.
누이좋고 매부좋은 일이다.
그 결과 은행전체 점포의 10%가량이 적자점포다.
합병은행의 9백42개 점포중 줄잡아 4백개가량을 줄여야 한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온다.
이제는 새로워져야 한다.
인력관리도, 점포관리도 이전과는 달라져야 한다.
그 출발점은 "연공서열 탈피"에서 찾아야 한다.
능력이 있건 없건, 때만 되면 자연스럽게 승진하는 그런 일이 반복되는한
창조성을 기대하기란 애당초 무리다.
능력위주로 인사를 실시하는게 필수적이다.
능력과 자질만 있다면 전문성을 부여해야 한다.
"유능한 사람이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하는게 중요하며 대리나 과장도
능력만 있으면 팀장을 시켜야 한다"(금융연구원 지동현 박사)
은행원들도 모두가 임원이 되고 은행장이 되려는 꿈을 버려야 한다.
능력만 있다면 10년이상 은행장을 해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
어설픈 평등주의는 이제 버려야 한다.
그러자면 연봉제도입이 필수적이다.
물론 우리사회에서 연봉제를 도입하는건 아직 시기상조일지 모른다.
그러나 연봉제를 도입해야만 능력제가 정착된다.
전문가도 양성할수 있다.
실적만 좋다면 은행장보다 연봉을 더 많이 받는 은행원이 나와야 한다.
전문가들은 연봉을 늘리기 위해 더 열심히 뛰게 되고, 그래야만 전문성도
더 빠르게 강화될수 있다.
여신전문가 수신전문가 국제금융전문가 점포전문가들로 은행이 가득 찰때
바야흐로 슈퍼뱅크는 이뤄질수 있다.
합병은행들은 요즘 싱글벙글이다.
합병발표이후 예금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두 은행 모두 최근들어 각각 2조원안팎의 예금이 빠져 나간 터라 그럴만도
하다.
그러나 그 이면엔 "예금이 들어와야 장사가 된다"는 과거지향적 사고가
깔려 있다.
정작 중요한건 경영의 패러다임(틀)을 바꾸는 일인데도 말이다.
< 이성태 기자 steel@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8월 7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