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익을 내리라고 기대하지는 않습니다.

적자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관건이지요"

영화 "하드레인"의 시사회가 열린 지난 21일 남산 감독협회(옛 영화진흥
공사) 지하 강당.

참석한 기자들에게 "기사를 쓰시기 전에"라는 보도자료가 돌려졌다.

동아수출공사 이효성 이사가 마이크를 잡았다.

"영화수입가격이 3백80만달러를 넘는만큼 흥행이 안되면 회사가 부도위기에
처하므로 도와달라"는게 그의 발언요지.

동아가 수입계약을 맺은 때는 96년.

미 파라마운트가 제작비 7천만달러의 하드레인을 기획하며 투자자를
끌어모은게 계기였다.

동아는 3백83만달러를 선투자하기로 했고 현재까지 3분의1을 투자했다.

문제는 IMF.

환율이 급등하며 당시 32억원이었던 수입가격이 50억원으로 치솟았다.

96년 기준으로도 너무 비싸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 이사는 "대본상으론
흥행작이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가 "대기업이 영화업에 진출한 이후 벌어진
과당경쟁에 휘둘렸다"고 털어놨다.

동아측이 기대하는 하드레인의 관객수는 50만명.

그래도 적자다.

영화상영이 끝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재협상을 벌일 계획이지만
파라마운트가 가격을 얼마나 깎아줄지는 미지수다.

영화사가 이처럼 "뼈아픈 실수"를 고백한 것은 화제를 불러일으켜 홍보
효과를 보겠다는 속내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경영사정이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이다.

동아는 올해초 직원의 절반을 내보내야 했다.

이 회사 뿐만이 아니다.

충무로의 토착 영화사 상당수가 IMF이후 고사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당장 1백편에 이르던 영화제작편수가 올해는 절반으로 줄어 40-50편에
머물 전망이다.

영화계도 거품경제의 후유증을 톡톡히히 앓고 있는 셈이다.

동아는 70년에 설립, 지금까지 "겨울나그네" "칠수와 만수" "그들도
우리처럼"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등 81편의 한국영화를 만들어온 명가다.

이 이사는 "어떻게든 1백편 제작기록은 채워보고 싶다"며 말꼬리를 흐렸다.

< 이영훈 기자 bria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