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출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그룹계열사와 금융기관, 중소기업 종사자들간에 증폭되고
있다.

갑자기 간판을 내리는 기업퇴출의 후유증으로 "가정퇴출"도 늘고 있다.

퇴출당한 가장들이 가족부양을 포기하고 있고 남편과 부모부양을
나몰라라하는 버리기심리가 팽배해지고 있다.

기업퇴출이 가정 등 일상생활을 퇴출시키고 있는 것이다.

퇴출증후군은 특히 직장사회에서 가장 많이 나타나고 있다.

직장인들은 하루아침에 평생직장을 잃었다는 허탈감에 어쩔줄 모르고 있다.

이들은 하나같이 "정리해고 바람이 잠잠해지는가 싶더니 이번엔 퇴출태풍이
몰아쳐 정신을 차릴 수 없다"며 비통해하고 있다.

기업을 둘러싼 퇴출공포증은 증권 보험 리스회사 등 금융기관 직장인들
사이에 더욱 팽배해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퇴출이 남의 일이 아니다.

나도 언제 버림을 받게될 지 모른다"며 불안에 떨고 있다.

지난달 29일 퇴출대상으로 선정된 D은행 김철민 차장.

직장생활 13년째인 그는 "퇴출대상으로 선정된 이후 회사분위기는
처절하다"고 입을 뗐다.

그는 "직원들이 업무에 복귀해 인수작업에 속도가 붙고 있으나 사원들간
유대감은 완전히 깨졌다"고 말했다.

그는 "사원들이 실업공포증때문에 점령군인 인수회사에 잘보이려는 충성
경쟁이 나타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직장인들간의 끈끈한 유대감도 퇴출되고 있다.

퇴출을 앞두고 있는 증권 보험 리스회사의 분위기도 퇴출공포증이 휩싸여
있다.

이들 금융계에서는 "<><>회사가 퇴출된다" "<><>회사 경영상태가
최악이라더라" 등의 갖가지 악성루머가 판을 치고 있다.

서로 먼저 퇴출시키지 위해 음해성 거짓정보가 나돌고 있다.

여의도 D증권사 김모 과장은 "정보지에 퇴출소문이 뜨고 있다"며 세상이
퇴출바닥처럼 돼버렸다"며 안타까워 했다.

객장에서도 퇴출금융기관 맞추기 내기가 붙고 있기도 하다.

퇴출공포증은 이미 퇴출된 55개기업, 5개은행 등과 거래해온 중소기업에까지
번지고 있다.

이들 하청기업과 중소기업들은 거래기업과 은행의 퇴출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게 됐다.

자기의사와 무관한 퇴출후 폭풍을 맞은 셈이다.

사원보험과 리스자금을 빌려쓰고 있는 기업들은 앞으로 있을 리스 보험사의
퇴출에 피해를 입지 않을가 우려하고 있다.

멀쩡한 기업이 통째로 날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법원에도 "가정퇴출성"소송이 잇따르고 있다.

자식을 맡지 않겠다는 소송에서부터 부모부양을 하지않겠다는 등의 소송이
그것.

가족도 퇴출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가정법원 가사4단독은 이혼녀 K씨가 "자기는 부양능력이 없다" 전남편을
상대로 낸 양육자변경신청사건에서 "전남편이 양육해야 한다"며 강제
조정했다.

이혼녀 K씨는 지병이 있는데다 일감이 없어져 전남편이 기르도록 해달라는
소송이었다.

전남편 역시 "IMF로 수입이 없다"며 양육을 거부했다.

서로가 IMF한파로 부양능력이 없다며 다툰 전형적인 퇴출신드롬후유증이다.

또 H(67)씨가 장녀와 차녀를 상대로 매달 1백만원과 50만원씩의 부양비를
지급케 해달라는 신청을 냈다.

H씨는 두딸을 명문대학까지 졸업시켰는데 전부 부양하지 않겠다고 해
신청을 냈다는 것.

자녀들이 부모마저 저버리는 또하나의 퇴출현상이다.

< 고기완 기자 dadad@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