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경제위기 여파로 홍콩의 경마장(쟈키클럽) 풍경이 썰렁해졌다.

아시아 경제가 흔들거리자 홍콩 경마장에 들러 베팅을 즐기던 관광객들과
도박사들의 발길이 뚝 끊어졌기 때문이다.

한창 달려야 할 경주마들도 할일없이 마구간에서 노는 일이 늘게 됐다.

당연히 경마게임을 주관하는 홍콩마사회 수입도 뚝 떨어졌다.

지난 71년 이후 매년 8~12%씩 수입이 계속 급증세를 유지했으나 올들어서는
마이너스로 곤두박질 쳤다.

마사회 수입이 줄기는 28년만에 처음이다.

윌슨 쳉 마사회 대변인은 "홍콩 경제가 어려워질 것으로 보여 마사회의
어려움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라며 울상이다.

마사회는 올해말 결산때 지난해보다 약 6~8%정도 수입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마사회에 일부 도박사가 도청장치를 해 놓았다가 걸린 사건까지
발생해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경마경기에 찬물을 끼얹기도 했다.

그렇다고 팔짱만 끼고 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

홍콩마사회는 지난달부터 복권과 기념주화, 경마 컴퓨터 게임 사업 등에 o
새로 나서며 관광객과 경마 애호가들을 찾아 나섰다.

전에는 팔짱만 끼고 경마장 관리만해도 돈이 굴러들어왔으나 이제는 직접
소비자들의 취향과 성향을 파악하며 다이렉트 마케팅에 나서지 않으면
안되는 상황이 됐다.

최근에는 2백60억원짜리가 터지면서 관광객들과 홍콩인들의 비상한 관심을
끌기도 했다.

하지만 경기가 워낙 침체된 상황이라 이런 마사회의 노력이 잘 먹혀들어가지
않고 있다.

경마장이 썰렁해지면서 속이 타는 것은 마사회 뿐만 아니다.

환호성속에 말갈기를 휘날리며 트랙을 달려야 할 경주마들이야말로 아시아
경제위기가 더욱 원망스러운 주인공들이다.

< 박수진 기자 parksj@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7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