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가치하락으로 한국이 조선수주경쟁에서 라이벌인 일본조선업계를
뚜렷하게 앞서기 시작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일본조선업계의 지난 5월의 수출선 수주실적은
6척14만t(총톤)을 기록, 전년동월 실적보다 88%나 하락했다.

이에 비해 한국은 29척 1백77만t으로 오히려 크게 늘었으며 총톤수기준으로
일본을 12배 가량 웃돌았다.

1~5월 전체수주에서는 일본이 57척 2백62만t에 그쳤다.

한국은 1월 수주가 제로였지만 4월이후, 특히 5월들어 수주가 급증, 70척
3백90만t으로 일본을 50%가량 추월했다.

한국 조선업계가 이처럼 일본을 제치고 수주실적을 늘리고 있는 것은 원화
가치하락의 영향이 큰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달러당 1천4백원, 1백40엔대에서 한국이 일본에 비해
15%가량 가격경쟁력이 우위에 있으며 1백50엔대에서도 5%정도의 가격경쟁력이
높다고 분석하고 있다.

국내조선사들은 2년치 일감을 모두 확보한 상태이지만 이같은 가격우위를
바탕으로 2000년초의 수주물량확보에 나서고 있다.

김형벽 한국조선공업협회 신임회장(현대중공업사장)은 "2000년대에는
한국이 일본을 누르고 세계최고의 경쟁력을 갖추게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표시하고 있다.

역시 2년치 일감을 확보해두고 있는 일본조선소들은 최근 한국이 수주한
VLCC(초대형 원유운반선) 2척이 1척당 7천만달러대로 떨어지는 등 한국의
저가공세로 채산성이 떨어진다면서 적극적인 수주를 자제한 채 선가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 채자영 기자 jychai@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2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