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 회장은 9일 기자회견에서 리딩뱅크의 설립복안 외에 대기업의
퇴출을 포함한 구조조정과 기아자동차 입찰참가 방안등 재계는 물론 대우의
현안과제에 대해 자신의 견해를 소상히 밝혔다.

다음은 일문일답.

-대기업 구조조정이 더디다는 지적이 많은데.

"현재 대기업들은 모두 2백~3백건의 외자유치 협상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 1년내 엄청난 구조조정이 가시화될 것이다.

경제개발 이후 30여년간 국내 산업시설에 투자된 돈이 1조달러가 넘는다.

이 시설이 우리가 갖고 있는 자원이다.

설비가 많은 것을 차입경영으로 매도해서는 안된다.

시설을 풀가동해서 부가가치 창출을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

-올해 경상수지 5백억달러 흑자가 가능하다고 보는지.

"수출을 20% 늘리자는 목표이기 때문에 충분히 가능하다.

과거에도 수출은 10% 이상 늘었다.

문제는 금융시스템이 마비돼있다는데 있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해외에서 조달하는 금리는 리보+6%다.

예전보다 5~6% 이상 높아졌다.

하루빨리 금융시스템이 복구돼야 한다"

-금융시스템의 정상화를 위한 복안이 있다면.

"국내 금융산업을 선도할 리딩뱅크를 만드는 일이 시급하다.

국내 4대 그룹이 20억달러 정도를 출자해 미국의 시티은행,
체이스맨해튼은행 등과 합작으로 자본금 4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리딩뱅크를
연내에 만들 필요가 있다.

이게 되면 영국 독일 프랑스 스위스 이탈리아 등 유럽국가를 끌어들여
또 하나를 만들고, 일본이 참여하면 3개까지 늘릴 수 있다.

연내 초대형 리딩뱅크가 3개 정도 생기면 국내 금융환경은 조속히 개선될
것이다"

-왜 하필 4대그룹이 출자해야 하는지.

"경제위기를 몰고온 책임이 있다고들 하니 패널티(벌금)를 무는 식으로
내자는 것이다.

전경련에서 이를 공식 논의해볼 예정이다.

꼭 4대그룹만 하자는게 아니다.

10대 기업도 좋고 20개가 참여해도 괜찮다.

연내에 반드시 하나 이상은 만들어야 한다.

정 안되면 대우 혼자라도 할 수 있다"

-정부와 협의는 했습니까.

"아직까지는 아이디어 차원이다.

정부의 금융산업 구조조정안이 나오면 그 이후에 추진해도 된다.

분명한 것은 서울 제일은행 등을 내놔도 안팔린다는 식으로 기다리면
곤란하다는 점이다.

일은 만들어가야 한다"

-5대그룹 계열사도 부실판정대상에 넣겠다는 정부 방침에 대해선.

"판정기준대로 부실징후가 농후한 기업은 정리해야할 것이다.

그러나 미래 성장가능성을 배제하고 현상태만 보고 정리하는 방식은
곤란하다.

또 일부 기업을 정리할 때는 반드시 나머지 기업은 부채상환유예나
부채의 출자전환 등으로 육성해가야 한다.

정부도 그런 방침을 마련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기아 입찰에 현대와의 공동참여를 추진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는데.

"기아는 현재 법정관리 상태이기 때문에 사실 인수 얘기를 하는 것 자체가
무리다.

다만 분명한 것은 국내 자동차업계가 공급과잉이라는 점이다.

국내에서 3개 설비 정도는 뜯어서 해외로 옮겨야 한다.

현대 대우 기아가 각각 1개 설비를 옮긴 다음 2교대 작업을 3교대로
바꾸면 종업원 고용 안정도 기할 수 있다.

그러나 경영에 실패한 기업은 퇴출해야 한다.

기아를 정리할 대안은 현대 대우밖에 없지 않은가"

-GM과의 협상은, 또 한화에너지 문제는.

"양사가 지키기로 한 비밀을 언론이 앞서 보도해 어려움을 겪었다.

조만간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다.

한화에너지와 관련해서는 이란국영석유회사(NIOC)가 공동 인수를 제의해
평가작업을 마쳤다.

다만 그 금액이 시장에서 주식을 사는 것보다 5~6배 비싸 이란 내에서
문제가 됐다.

현재 난항을 겪고 있다"

-대우의 확장전략이 눈에 띄는데.

"기업은 기회가 생기면 사업을 벌여야 한다.

국내 기업들이 너무 위축돼있다.

부채도 너무 부풀려져 계산돼있다.

지금 주식시장을 보자.

1,000포인트 하던 것이 300포인트대로 떨어져있다.

달러로 계산하면 15%정도로 줄어든 것이다.

주식시장이 엉망이다보니 부채도 많아보이지만 이게 다시 1,000포인트
정도로 올라갈 때를 생각해야 한다.

앞으로 2년간 기업들이 노력해 외환보유고를 1천달러 이상으로 늘리면
우리 경제는 눈에 띄게 좋아질 것이다"

< 군산=권영설 기자 yskwon@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10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