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체제에 들어선 이후 증시는 만신창이가 됐다.

500선을 웃돌던 종합주가지수가 겨우 300선을 지키는 수준으로 추락했고
대기업그룹 주식들 중에도 액면가를 밑도는 종목이 속출했다.

부도설이 난무하는가 하면 상장사들은 구조조정 작업에 여념이 없다.

IMF체제하에서 나타난 증시특징을 주제별로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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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 신탁통치 6개월이 주가 지도에도 엄청난 지각변동을
몰고왔다.

기업부도에 대한 공포감이 무더기로 저가주를 양산해 냈는가 하면 왕년에
블루칩으로 명성을 날렸던 종목조차 액면가를 밑도는 수모를 겪고 있다.

주가가 10만원은 돼야 고가주 대접을 받던 것이 이제는 3만원만 넘어도
고가주 행세를 한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자산주라는 테마는 용어조차 사라졌다.

반면 IMF위기를 틈타 신흥 고가주로 "신분"을 격상시킨 종목도 상당수에
이른다.

<>극심한 주가파괴 =IMF가 할퀴어 놓은 가장 큰 상처는 절대 저가주의 양산.

9백49개 상장종목 가운데 담배 한값 가격인 1천원도 안되는 종목이 21.9%인
2백8개나 된다.

부도를 내서 껌값 신세가 된 종목도 있지만 시장 1부종목 가운데서도
담배값 신세가 된 종목이 수두룩하다.

주가가 가장 낮은 종목은 삼미우선주로 75원에 지나지 않는다.

이같은 주가파괴로 수정주가평균은 종합주가지수보다 더 큰 하락폭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4일부터 6월3일 사이 종합주가지수는 18.1%가 내렸지만
수정주가평균은 1만4천1백56원에서 1만5백37원으로 무려 25.6%가 떨어졌다.

<>종이 호랑이가 된 블루칩 =고가주의 몰락과 자리바뀜 현상도 심했다.

이제는 10만원이 넘는 종목이 5개, 3만원이 넘는 종목이 51개 종목에
불과하다.

과거엔 3만원짜리가 중가주에 불과했으나 이제는 어엿한 고가주 대접을
받는다.

IMF이전에 업종을 대표하는 우량주로서 외국인의 사랑을 받았던 블루칩
가운데 액면가를 밑도는 종목도 있다.

쌍용양회 장기은행 현대자동차써비스 대한항공 삼성물산 제일모직 등은
액면가마저 무너져 블루칩으로서의 위엄을 잃었다.

반면 신흥 고가주 대열에 뛰어든 종목은 에스원 케이씨텍 대덕전자
현대엘리베이터 한국단자 제일기획 농심 신도리코 등으로 IMF한파 속에서도
단단한 영업력을 평가받고 있다.

<>자산주가 사라졌다 =자산주는 1년에 한두 차례는 꼭 바람이 일어나는
테마.

그러나 극심한 부동산 경기침체로 이제는 자산주라는 용어조차 사라졌다.

부동산 알부자인 성창기업(7천8백원), 방림(1만2천원)은 평범한 저가주로
전락했고 만호제강(6만원대)도 옛 영화에 비하면 말이 아니다.

<>액면가를 넘는 트로이카를 보셨나요 =고도성장시대였던 80년대에
3두마차로 불렸던 건설 무역 금융주 가운데서 액면가를 넘는 종목은 손에
꼽을 정도.

67개 건설주 가운데 태영 현대건설 현대산업개발 3종목이, 23개 은행주
가운데 국민 주택 신한 하나은행 4종목이, 44개 증권주 가운데선 신영 삼성
대우증권 3종목이 액면가를 지키고 있다.

무역주도 형편이 비슷하다.

은행 증권주 가운데선 1만원을 넘는 종목이 하나도 없다.

부실채권 폭풍은 상상 이상으로 거셌다.

< 허정구 기자 huhu@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6월 5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