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밑천인 자본금을 줄인다면 주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자본금을 줄인다는 감자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예컨대 장사밑천 10억원에서 5억원을 빼내는 실질적인 감자(5억원)가
하나다.

두번째는 돈은 줄이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주식수를 줄이는 감자다.

작년말 부실화된 서울은행과 제일은행이 주식수를 8.2주당 1주로 줄인
경우다.

이른바 "감자후 신주발행을 통한 증자" 방식이다.

이후 정부는 수십조원으로 추정되는 부실채권의 정리방안으로 이 방식을
모범안으로 냈다.

이 방식이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는 구주주에게 불이익을 준다고 생각해서다.

게다가 제3자에게 경영권을 넘기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감자가 구주주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얘기는 틀렸다.

감자후 신주발행방식은 "감자를 하지 않고 신주를 찍어내는" 방식과 똑같다.

감자여부는 부실기업 정리에 있어서 중요한 변수가 아니다.

핵심은 신주를 떠안는 투자가가 회사에 낼 돈과 투자의 대가로 받는 회사의
지분율이다.

A) 경우를 보자

서류상으로 자본금을 줄이는 감자는 곧 주식수를 줄이는 것을 뜻한다.

예컨대 미래의 영업이익등을 감안해 순자산(추정)가치가 1백억원인 회사가
있다고 치자.

총발행주식은 1백만주.

빚을 제때 못갚아 부실기업으로 전락했다.

이 회사의 주식을 10대1의 비율로 감자를 했다.

소각된(없어진) 감자분은 증자를 통해 제3자에게 X원에 팔았다.

이때 구주주들이 가진 주식은 1백만주의 10%인 10만주로 줄어들었다.

소각한 90만주는 신규로 발행돼 인수자에게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X원은 회사의 자본금에 추가된다.

바로 추가자본금이 계산의 키포인트다.

옛주인들의 지분이 1백%에서 10%로 축소됐다.

이것만 보고 구주주들이 불이익을 봤다고 오해해선 안된다.

회사의 자본금이 늘어나서 순자산가치가 그만큼 높아졌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부실기업에 대해 감자를 하지 않는 B)안을 보자.

9백만주의 신주를 찍어낸다.

위와 똑같은 제3자에게 X원에 파는 대안이다.

인수자는 X원을 낸다.

자본금이 X원 늘어난 회사의 90% 지분을 갖는다.

구주주의 지분은 증자전 1백%에서 증자후 10%로 줄었다.

위의 A)안과 B)안의 결과는 똑같다는걸 알 수 있다.

물론 1주당 주식값은 다르다.

감자하면 주식수가 10분의 1로 줄어든다.

감자하지 않은 경우의 주가보다 1주당 10배 비싸다.

그러나 이는 순자산가치가 똑같은 회사에 대해 총발행주식수의 차이에 따른
것이므로 실질적인 의미가 없다.

부실채권의 정리시 중요한건 감자여부가 아니라 구주주나 인수자에게
특혜를 주지 않으면서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인수조건을 마련하는 것이다.

[ 감자의 효과 ]

순자산가치 1백억원 + X원 (인수대금=늘어난 자산가치)

A) 감자후 신주발행
구주주 1백만주 -> 10만주 : 1(비율)
신주주 0주 -> 90만주 : 9(비율)

B) 감자하지 않고 신주발행
구주주 1백만주 -> 1백만주 : 1(비율)
신주주 0주 -> 9백만주 : 9(비율)

남일홍 < 한국개발연 연구위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19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