깡통할머니.

얼마전 10억원대 땅을 청소년장학사업에 써달라며 구세군 대한본영에
기탁한 이주영(87)씨의 별칭이다.

이씨가 깡통할머니로 불리는 것은 미국에 간 뒤 길에서 빈 깡통을 주워
모은 돈을 LA민족학교에 내놓았기 때문이다.

3월에는 25년동안 수산시장에서 장사를 해온 젓갈할머니 유양선(65)씨가
10억원 상당의 상가건물을 한서대에, 지난해 12월에는 전정숙(74)씨가
미장원등을 해 마련한 싯가 12억원짜리 건물을 충북대에 각각 기증했다.

기부금은 대학 발전의 필수요소다.

1158년 세계 최초로 세워진 이탈리아 볼로냐대학의 재정이 시험료
학위수여료와 함께 기부금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은 대학운영과 기부금의
상관관계를 잘 알려준다.

볼로냐대학의 교사봉급 또한 대부분 귀족의 기부금과 수업료로 지출됐다.

지난 4월 시티코프와의 합병을 발표,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샌포드
웨일(65) 트래블러스그룹 회장이 모교인 코넬대에 1억달러를 기부하기로
해 또다시 주목받고 있다.

가난한 양재사가정에서 태어난 웨일 회장은 55년 코넬대를 졸업한 뒤
금융사 총수의 꿈을 키웠다.

대학은 한나라 정신문화의 총화이자 정치 경제등 모든 분야의 지도자를
육성하는 터전이다.

미국이 오늘날 세계의 지도자로 군림하게 된 것은 무엇보다 대학에 대한
중산층이상의 아낌없는 기부와 투자 덕분이라고들 한다.

보다 많은 기부금을 얻기 위한 대학의 노력 역시 놀랍다.

"총장은 학생에게는 벗, 교수에게는 동료, 졸업생에게는 좋은놈,
이사들에겐 건전한 경영자, 재단이나 일반에겐 기민한 교섭자여야 한다"는
시카고대학 전 총장 커의 말이 교과서가 돼 있을 정도.

웨일 회장도 이번 기부가 헌터 롤링스 코넬대 총장의 권유에 의한 것이라고
털어놨다.

우리나라의 경우 대학에 기부금을 희사하는 사람가운데 대학의 혜택을
받은 사람보다 그렇지 못한 사람이 훨씬 많다는 사실은 씁쓸하기 짝이 없다.

국립대학 총장이 교수채용과 관련, 거액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는 소식이
들리는 마당에 동문에게 1억달러를 내도록 설득한 총장과 이에 선뜻 응한
졸업생의 얘기는 새삼 미국의 숨은 힘을 느끼게 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