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러화 출범에 대해 미국과 일본은 겉으로는 환영이지만 속으론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유러등장으로 유럽경제성장이 가속화되고 그에따라 세계경제도 발전할
것이라는게 양측의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속내는 그렇지 않다.

미국은 경계하고 일본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미국은 유러가 장기적으로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의 지위를 위협할 것으로
우려한다.

워싱턴포스트지는 3일 유러가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부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 정부는 애써 유러화의 잠재력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일말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최근 로렌스 서머스 미재무부 부장관은 "유러와 달러는 제로섬게임 관계가
아니며 상호 보완의 시너지관계가 될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또 미국경제가 건전하기 때문에 달러는 앞으로도 강력한 통화로 존속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그의 발언을 뒤집어 보면 유러가 달러의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인정하면서 바로 이 점을 우려하고 있음을 간파할수 있다.

일본의 입장은 매우 착잡하다.

이날 하시모토 류타로 일본총리는 "유러출범이 세계경제에 도움이 된다"며
"환영한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는 일국의 정치지도자로서의 의례적인 인사치레일 뿐이다.

일본금융전문가들은 지금의 달러대 마르크-엔의 1강2중의 국제통화체제가
달러-유러의 2강 체제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패배감에 싸여 있다.

이들은 지난 87년 플라자합의후 달러 마르크와 함께 3대 통화체제의 한
쪽을 맡아온 엔화가 아시아의 로컬통화로 전락하게 됐다고 우려한다.

교텐 도유 국제통화연구소 이사장은 "미국과 유럽이 달러와 유러의
대외가치가 어떻게 되든 상관하지 않을 경우 엔화는 달러와 유러에 의해
크게 흔들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하야시 국제금융센터 고문도 "일본이 빅뱅을 추진하는 등 엔의 국제화를
위해 노력해 왔으나 개혁이 부진하다"며 지금 상태라면 엔이 국제금융
시장에서 배척당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엔화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는 참에 유러가 등장,
엔화는 상대적으로 더욱 처지게 될것이라는 게 일본의 시각이다.

< 도쿄.뉴욕=김경식.이학영 특파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5월 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