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비롯한 전세계 1백80개국 고위 금융관리들이 참가한 가운데
오늘부터 닷새동안 워싱턴에서 열리는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IBRD)
총회는 "제2의 브레튼 우즈 회의"라는 평가가 상징하듯 국제금융체제의
개혁방안과 아시아 금융위기를 집중 논의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특별한
관심을 끈다.

회의일정중 16일 개최되는 IMF잠정위원회 회의는 22개 주요 회원국
재무장관들이 모여 한국 인도네시아 태국에 대한 구제금융지원 상황과 이들
3개국의 경제개혁을 중간점검키로 돼 있어 회의결과가 향후 관련국 경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번 IMF-IBRD총회를 계기로 국제금융질서의 재편논의가 본격화
되길 기대한다.

지금은 과거 브레튼 우즈 체제가 지향했던 자본이동의 제약과 고정환율제가
전면적으로 붕괴되고 국제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상존하는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따라서 국제금융체제의 현대화 안정화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또 이번 아시아 금융위기에서도 입증됐듯이 국제금융기구가 위기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여론에도 귀를 기울여 기구 운영을 개선하고 위기
상황에 신속히 대처할 수 있도록 의사결정체제를 정비해야 할 것이다.

무조건적인 시장 자유화와 규제철폐를 요구하는 IMF의 정책노선도 이번
기회에 재검토돼야 한다.

개별국가의 특수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이같은 획일적 요구는 아시아
국가들을 금융위기에 무방비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자본시장의 자유화는 해당국가의 적응력을 감안해 속도와 범위를 신중히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본다.

이와 함께 미국의 출자금 납부지연을 둘러싼 IMF의 자금고갈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IMF는 지금 대부분의 기금을 소진해 유동성비율이 정상수준인 70%를 훨씬
밑도는 40%대에 머물고 있어 "국제금융경찰"로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힘든 실정이다.

현재 IMF의 개혁을 요구하는 미국의회의 반대로 미국정부가 지원키로 한
1백80억달러의 추가 출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지만 이번 회의를 계기로
조속히 타협점이 찾아지길 기대한다.

끝으로 국제금융시장의 투명성을 제고하는 조치가 시급하다.

이 문제는 김대중 대통령이 최근 런던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에서도
특별히 강조한바 있거니와 아시아 금융위기도 따지고 보면 국제금융시장
정보를 선진국과 일부 투기자본들이 독점하고 있는데서 촉발됐다고 할 수
있다.

현재 핫머니의 규제에 대해서는 IBRD와 IMF가 상반되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규제해야 한다는 것이 아시아 금융위기가 주는
교훈이다.

이번 IMF-IBRD 총회가 금융위기에 대한 국제금융기구들의 공조체제를
두텁게 하고 국제금융체제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높이는 획기적 전기가 되길
기대한다.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4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