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삼성의 기아자동차 인수 불가논리를 공개적으로 제시하는 등
기아인수를 위한 준비작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현대가 "3사 체제 불가론"을 제시함에 따라 "2사 체제"냐 "3사 체제"냐를
둘러싼 자동차업계의 논쟁은 더욱 뜨거워질 전망이다.

현대는 31일 "국내자동차산업의 바람직한 구조조정 방향"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삼성이 기아를 인수하면 규모의 경제를 갖추기 위해 추가 설비증설이
필요하지만 현대가 인수하면 설비확장의 필요없이 시장의 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기술과 경영노하우가 부족한 삼성이 기아를 인수한다면 사실상 포드에
기아를 넘겨주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독자적인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 기아를 인수해야 자립성을 유지하면서 포드등 선진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성공으로 이끌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현대자동차 노조는 기아와의 통합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고
밝히고 "삼성이 기아를 인수하면 무노조 경영과 기아내의 반삼성 정서
때문에 기아노조와 마찰이 불가피할 것이며 노조를 인정하더라도
경험부족으로 원만한 노사관계를 유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부품업체와 관련해서는 "삼성이 기아를 인수하면 군소부품업체의 존속으로
부품업체의 대형화나 전문화를 기대할 수 없지만 현대와 기아의 통합은
부품 생산량을 단번에 2배 수준으로 끌어올려 부품업계의 전문화와 대형화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현대는 "이에 따라 21세기 한국자동차산업이 발전하려면 2사 체제
(빅2체제)가 불가피하며 현상황에서 국내업체가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방법은 현대와 기아간 구조조정을 통한 대형화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대는 30일 정몽규 현대자동차 회장 주재로 자동차 연구팀 회의를 갖고
기아인수를 위한 이런 내용의 입장을 정리했다.

삼성자동차는 현대의 ''빅2'' 구조론에 대해 자동차산업은 일본처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발전해야 한다며 삼성-포드-기아가 어떤 형태로든 손을 잡아
자동차업계를 ''빅3'' 구조로 가져가야 한다는 주장을 고수했다.

< 김정호 기자 >

( 한 국 경 제 신 문 1998년 4월 1일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