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시화공단내 한국산업기술대학교가 지난 7일 문을 열었다.

한국산업기술교육의 메카를 꿈꾸며 21세기 기술전문인시대를 열어가기
위한 용트림을 시작한 것이다.

이 학교는 산업자원부(옛 통상산업부)가 기술교육을 활성화하기 위해
세운 4년제 기술사관학교라는 점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실천적 전문기술인력 양성과 국가기술경쟁력 향상을 목표로 한 이 학교의
출범으로 한국에도 본격적인 산업기술교육 시대가 열리게 됐다.

그동안 기업들 사이에서는 "대학을 갓 졸업한 신규취업자를 현장에서
직접 쓸 수 없다"는 불만이 쏟아져 나왔다.

대졸자를 현장에 맞게 재교육하는데만 국가적으로 1조원 가량이 든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대부분의 대학들이 현장과는 거리가 먼 이론중심 교육에 치중해온
탓이다.

이 대학이 다른 대학과 다른 것은 바로 이같은 불합리한 기술교육을
현장중심으로 바꾸려는 혁신을 꾀하고 있다는 점이다.

김유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초대총장은 5백60명의 신입생들앞에서
"현장에 직접 투입할 수 있는 산 교육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를 반영하듯 이 학교에 올해 입학한 야간과정 2백40명은 전원 산업체
근로 경력자들이다.

주간 입학생 3백20명의 55%도 마찬가지다.

또 5%는 각종 기능대회 입상자들을 선택했다.

이 학교학생의 1백%가 공고출신이라는 점도 색다르다.

체육특기자가 대학에 진학하는 것처럼 기능이 있는 학생을 특기자로
뽑은 것이다.

근로자의 경우 근무경력을 가장 큰 입학조건으로 삼았다.

수능점수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이러니 첫 입학생들도 면면이 특출나다.

기업체에서 20년간 근무한 중년도 있고 실업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새내기도 있다.

최고령 신입생인 전기전자공학과 야간과정 길동만(49.태우전선 대표)씨는
"기술이 매일 새로워지는데 산업현장에서 일하다보니 기회가 없었다"며
"기술을 향상시켜 경제난국을 타개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고 말했다.

길씨는 이어 "올해 회사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대표격으로 먼저
입학한 것"이라며 "내년에는 직원들도 희망에 따라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기술교육의 메카를 꿈꾸는 곳에 걸맞게 이 학교의 교육과정도 독특하다.

교육시간의 50%이상을 실습 실험에 배정했다.

또 1년을 4학기제로 운영해 수업시간 결손을 최대한 줄이고 학습
집중도도 높일 예정이다.

졸업하기전에 반드시 1학기는 현장실습을 해야한다.

대지 1만7천평에 건물 9천평 규모의 학교.주변이 공장으로 둘러싸였지만
그 흔한 기계소음조차 들리지 않는 교육조건을 갖춘 곳이다.

산업기술대학의 성공적 모델로 꼽히는 영국의 폴리테크닉이나 독일의
파흐호술레같은 세계적인 기술대학으로 발전시키겠다는 메아리가 이 곳에서
울려퍼지고 있다.

< 안산 = 김준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