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전 울먹이면서 사망한 덩샤오핑(등소평)의 추도사를 읽어나가던 장쩌민
(강택민) 중국국가주석.

덩사망(97년2월19일)이후 중국의 1년은 덩샤오핑의 후계자인 장주석의
독무대나 진배없었다.

최근 장주석은 자신감에 넘쳐 있다.

"거목"의 후광을 엎고 최고 자리에 오를 때와는 달리 당정군을 완전 장악,
그의 통치철학을 맘껏 펼쳐나가고 있다.

경제분야에서 보수주의자들의 반대의견을 의식하지 않고 덩샤오핑의
사회주의 시장경제이론을 실천에 옮기고 있다.

정치분야에서도 지난해 10월 열린 제15차 중국공산당대회 이후 정치
라이벌을 제압하고 탄탄한 자리를 굳혔다.

지난 1년간 장쩌민체제는 거시경제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9%의 높은 경제성장을 달성하고 물가를 3.2%수준으로 억제하는데 성공했다.

무역수지흑자는 3백56억달러에 달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8%이상의 경제성장을 지속하는 것과 국유기업 개혁,
이에따른 실업자문제를 푸는 것이다.

장쩌민체제는 고성장을 지속하지 않을 경우 대량 실업사태가 발생하고
이로인해 사회가 불안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중국 내륙과 연해안지역의 현격한 소득격차를 좁히는 것도 장주석의
숙제이다.

장주석은 기회있을 때마다 "덩샤오핑의 뜻을 받들어 특색있는 사회주의를
건설하자"고 외친다.

정치분야에선 장쩌민체제의 색깔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장주석은 자신의 최대 라이벌이었던 차오스 전인대상무위원장을 사실상
실각시키고 자칭린 베이징시장과 쩡칭홍 중앙판공청주임 등 심복들의 활동
영역을 넓혀주고 있다.

덩사망후 장쩌민체제의 명실상부한 새 진용은 내달초 열리는 전국 인민
대표대회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이변이 없는한 주룽지 부총리의 선임과 리펑 국무총리의 전인대상무위원장
선출이 확실시된다.

장주석은 이들과 함께 사회 각분야에 걸쳐 강도높은 개혁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성시의 당대회나 전인대대표를 뽑는 선거에서 권력층 자녀들이 탈락하고
당이 일방적으로 지명한 사람들이 줄줄이 떨어지고 있다.

덩사망후 장쩌민의 입지가 확고해진 속에서 ''소리없는 변화''가 일고 있는
것이다.

< 베이징 = 김영근 특파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