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극심한 자금난으로 부도를 낸 건설업체들이 임직원 명의로 은행
대출금을 받아 운영자금으로 유용하는 사례가 급증, 명의를 빌려준 대다수
임직원들이 회사부도와 함께 실직은 물론 회사빚까지 떠안아야 하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일부 주택건설업체들은 이 과정에서 자사의 미분양아파트를 임직원
들에게 할당하는 방식으로 분양한 경우도 많아 물의를 빚고 있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의를 신청한 주택건설업체 A사와 지방소재
B사는 3백~4백명의 임직원 명의로 각각 3백80억원 및 2백50억원 가량을
은행 및 할부금융회사에서 대출받아 운영자금으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A사의 경우 임직원 1인당 8천만~1억4천만원씩, B사는 3천만~
7천만원을 개인빚으로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지난해 부도를 낸 S종합건설과 J건설 등도 50억~1백억원 가량의 회사
빚을 임직원들에게 떠맡긴채 아직도 해결을 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S종합건설의 경우 남양주에서 건설중인 아파트를 임직원들에게
분양한뒤 이와는 별도로 일반수요자들에게 이중분양하는 방식으로 1백억원
가량(회사측은 46억원으로 주장)의 운영자금을 조달해 사용, 회사부도후
피해자간 권리소유 분쟁까지 일으켰다.

이밖에 D건설 등 일부 중소주택건설업체들도 이같은 방식으로 운영자금을
조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앞으로 더 큰 피해사례가 속출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이들 업체는 대부분 자사가 건설중인 아파트중 미분양 물량을 임직원들에게
분양한뒤 계약금 및 중도금 전액을 회사가 미리 대출받아 사용하는 방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이 일부 업체는 회사가 보증을 서고 개인 명의로 신용대출을 받아
사용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회사측은 이에대해 "회사가 망하더라도 임직원들은 최소한 분양받은
아파트는 확보할 수 있어 커다란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사원들을 안심
시키고 있으나 피해 사원들이 아파트를 제대로 건질 수 있을지도 의문시
되고 있다.

피해 사원들이 자신의 명의로 분양받은 아파트로 빚을 보상받으려면 주택
공제조합의 분양보증 대상에 포함되어야 하는데 공제조합측은 이 부분의
분양보증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공제조합의 관계자는 "분양보증은 입주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입주자는 정상적인 분양을 받은 사람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정상분양일
경우에도 공정에 관계없이 중도금을 앞당겨 대출받은 대출금에 대해서는
조합이 책임질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에따라 피해 사원들의 경우 아파트를 확보하기도 어려울뿐더러 미리
당겨 쓴 중도금대출금에 대해서는 회사가 책임지지 않는한 전액 개인이
갚아야 하는 빚으로 남게 될 것으로 보인다.

A사의 김모 대리는 "지난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회사 아파트를 강제
분양받은 뒤 계약금 및 중도금 약 5천만원을 회사가 대출해 사용했고 개인
명의로도 3천만원을 회사가 신용대출방식으로 당겨썼다"며 "회사가 파산할
경우 신용대출금은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고 분양받은 아파트도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김상철.유대형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