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지난 96년부터 버스카드제를 도입 실시해 오고 있다.

시민들이 귀찮게 잔돈이나 토큰을 가지고 다니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카드를 쓴 뒤부터 시민들이 분명 편리해졌다.

하지만 이 버스카드가 요즘 말썽이다.

서울시내에서 버스카드 사기가 하늘의 별 따기처럼 어려워진 탓이다.

경기불황으로 버스를 이용하려는 시민들은 부쩍 늘었지만 판매소에서
버스카드를 살 수가 없다.

시민편의 행정이 오히려 시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것이다.

얼핏 보면 시의 잘못은 별로 없는 것같다.

시는 그동안 4백30만장의 버스카드를 풀었다.

요즘도 하루에 1만장씩 푼다.

"사용하는 사람들이 재충전해 쓰지 않고 새 카드만 사려 하니까 계속
모자랄 수 밖에요"

시 관계자의 답변이다.

시민들이 협조를 안한다는 얘기다.

시민들이 협조를 왜 안할까.

새 카드를 사나 재충전해서 쓰나 별다른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굳이 시간을 소비해 가며 재충전할 이유가 없다.

재충전하는 것이 편리하기는 커녕 오히려 번거롭다.

시는 그래서 아이디어를 냈다.

버스카드를 살 때 이달부터 1천5백원을 판매소에 맡기도록 했다.

그리고 버스카드가 필요없어질 때 카드를 반납하면 이 돈을 돌려주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한번 산 카드로 계속 재충전해 쓸 것이란 얘기다.

비싼 외화를 주고 수입하는 카드를 아낄 수 있다는 설명도 곁들인다.

그러나 서울시가 할일은 시민의 돈을 담보로 카드를 다시 쓰도록 하는게
능사가 아니라는 점이다.

시민들이 자진해서 재충전해 쓰도록 지금보다 인센티브를 높여주는 것이
돼야 한다.

시민들이 카드를 사면서 돈을 맡기는 것이 시민을 위한 것이고 시민편의를
위한 것인가.

행정을 담당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편리한 것은 아닌가.

서울시는 정책의 최우선을 시민편의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조주현 < 사회1부 >

(한국경제신문 1998년 2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