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가 IMF 관리체제로 인한 시중자금 경색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금융권이 여신을 무차별 회수함에 따라 대부분 건설업체들이 도산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심각한 타격을 받는 것은 주택건설업체들이다.

부도 증가율이 사상 유례없이 높은 수준으로 치솟고 있는 가운데
최근들어서만도 청구 보성 극동건설 등 주택을 대량으로 공급해온 쟁쟁한
업체들이 잇따라 무너졌다.

이대로 가다간 전체 주택업체의 반이상이 쓰러질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요즘 자금압박을 받는게 비단 주택업계뿐만은 아니지만, 주택업체들의
도산이 유독 많은 것은 주택산업의 특성에 기인한다.

택지를 매입, 인허가와 분양을 거쳐 자금을 회수하기까지 투입되는
비용과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고 긴 탓이다.

자금을 구하는 조건이 다른 사업부문에 비해 나쁜것도 주택업체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지금같은 자금난이 계속된다면 현재 전국에서 짓고 있는 아파트
1백20만가구중 70%이상이 상반기중 공사를 중단하게 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공사를 계속하고 싶어도 자재를 구할수 없고 공사를 중단하는게 계속하는
것보다 손해를 덜 보는 "이상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주택자금 대출중단으로 아파트 계약자들이 대책없이 손을
놓아버리면서 해약과 중도금 미납사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업체들은 신규사업구상보다는 어떻게든 연명하기위해 "급전사냥"에
나서야 하는 숨막히는 하루하루를 이어가고 있다.

정부가 주택수급시장을 정상화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주택업계에서 나오고 있는 것도 이같은 배경에서다.

직접적인 자금수혈이 어렵다면 간접지원이라도 해야한다는게 업계의
입장이다.

우선 주택공제조합이 분양보증을 한 아파트는 정부가 끝까지 입주를
책임지겠다는 약속만이라도 해주길 바라고 있다.

시공업체의 부도우려 때문에 청약이나 중도금 납부를 미루고 있는
실수요자들이 마음놓고 주택마련에 나설수 있는 길을 열어주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수도권 아파트 분양가 자율화와 임대주택사업요건 완화 등
제도개편을 병행한다면 일단 주택업계가 회복불능의 빈사상태로 빠져드는
것은 막을수 있다고 업계는 주장하고 있다.

주택업체들의 연쇄도산은 심각한 주택공급부족을 초래한다.

공급부족은 2~3년후 집값파동을 유발하고 이는 다시 사회불안으로
연결되게 마련이다.

주택공급기반이 무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움직여야할 때인 것
같다.

< 이정환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8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