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선거와 금융실명제보완에 대한 기대감으로 잠시 안정세를 보였던
증시가 시중실세금리와 원.달러환율의 급등으로 다시 날개잃은 새가 됐다.

한동안 잠잠하던 대외채무지급유예(모라토리엄) 가능성이 다시 제기되며
환율이 달러당 2천원에 육박했다.

회사채유통수익률이 연 31%까지 치솟아 연쇄부도우려감이 확산되고
"팔고보자"는 투매심리가 주가를 사상 최대폭(7.5%)으로 끌어내렸다.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원화자금과 달러수요가 늘어 금리와 환율의
고공행진이 계속될 전망이어서 종합주가지수는 300대초반까지 떨어질
것이라는 비관론마저 나오고 있다.

12월중순까지만해도 최악의 시나리오로 여겨지던 "2.2.2"(환율 2천원,
금리 20%, 주가 200대)가 이제는 "2.4.2"로 바뀔 것이라는 불안감도 끊이지
않고 있다.

나흘밖에 남지 않은 정축년 증시가 동지의 긴긴 어둠속으로 빨려들고
있다.

<>환율.금리 어디까지 = 원.달러환율은 연말까지 달러당 2천원을
넘어설 것이라는게 다수설이다.

외환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탓이다.

신규 대출은 물론 차환까지 불가능하게 되면서 통계에 잡히지 않았던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대외채무가 드러나고 있다.

한두개 은행을 제외하곤 대부분 금융기관이 한국은행 지원금으로
원리금을 상환하고 있는 마당에 무디스와 S&P가 한국의 신용도를 추가로
하향조정해 해외자금조달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금리는 얼마까지 오를지 전망자체가 불가능한 형편이다.

"이번 겨울을 어떻게 버티느냐"는 살아남기 차원에서 자금확보 "전쟁"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은행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을 맞추기 위해 대출금을 회수하고 있고
기업들은 닥치는대로 회사채를 발행하려고 하나 "사자"가 거의 없는
실정이다.

23일 31%까지 오른 회사채유통수익률이 40%선까지 오를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는 상황이다.

<>부실금융기관정리 및 연쇄부도 가능성 = 최악의 모라토리엄을 피하기
위해 정부가 부실금융기관을 연내에 정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외국자본을 끌어들여 외환위기를 극복하고 환율도 안정시키기 위해선
어쩔수 없이 IMF 요청을 받아들일 것이란 관측이다.

연말을 빠듯하게 넘기더라도 내년 1.4분기를 대응하기 힘든데다 증시가
오는 27일 폐장돼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점도 이런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증시전망 = 대선이나 실명제보완에 대한 기대감은 증시에 이미 반영된
반면 악재들이 잇따르고 있어 증시는 침체의 늪을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김대중 대통령 당선자가 연내에 미국을 비롯한 외국인의 신뢰를
회복시킬만한 특단의 방안을 제시할 것인가가 여부가 가장 큰 변수다.

외환위기가 진정돼 환율과 금리가 안정되기 전까지 증시가 활력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올해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연말연시를 맞이하는게
가슴앓이를 적게 할 것으로 보는 전문가가 많다.

< 홍찬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