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윤모 < 영화평론가 >

"편지"는 한국영화 80년사에서 가장 희귀한 영화다.

폭력 섹스대신 시와 편지,사랑과 눈물이 있는 샘물처럼 맑은 작품.

"빅 나이트"는 인생에 눈뜨는 사람들에게 음식이 그 중요한 매개체가
될수 있다고 알려주는 매력적인 작품이다.

호흡이 살아있는 카메라의 동적인 미장센이 줄거리를 제치고 중심에 선
"모텔 선인장", 자연과 인간의 친화를 도모한 모계사회의 연대기를
감동적으로 그린 "안토니아스 라인", 점토에 생명을 불어 넣은
"월레스&그로밋"은 등외로 밀린 아까운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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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한섭 < 서울예전 교수 >

"나쁜 영화"는 97년 대한민국에서 만들어진 "세상에 하나뿐인" 영화다.

한국의 정상급 감독에게까지 창의성보다 윤리와 논리를 들이대며
비난하는 것은 우습지 않은가.

"비트"는 충무로 청소년영화에 액션을 혼합하고 요즘 관객이 좋아할
조미료를 버무린 상식적인 기획에서 나왔다.

그러나 "한국판 이지라이더"로 기록될 만한 수작이다.

"트레인스포팅"은 90년대 청춘영화의 최전선에 선 작품.

진흙탕을 디딘 장화로 하얀 시트를 밟는 듯한 야비한 대사와 파격적인
영상이 관객을 흥분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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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나 < 동국대 교수 >

"낮은 목소리2"는 독특한 스타일의 다큐멘터리 수작이다.

영화가 그저 스치고 지나가는 농담이 아니라 온당치 못한 현실에 대한
폭로이자 사람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안는 예술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

"넘버3"은 한국사회의 퇴폐와 허세를 3류 깡패 얘기를 통해 "뒤집어지게"
풍자해 상업영화의 기본(=보는 즐거움)을 달성했다.

"콘택트"는 삶에 위안을 주는 감동적인 영화.

우주과학과 종교적 신념, 삶의 신비를 한판에 짜내는 타피스트리 기술과
조디 포스터의 연기가 매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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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혜정 < 중앙대 강사 >

"접속"은 차가운 사이버공간에 인간의 체온이 녹아든 작품.

보기 드물게 절제된 멜로드라마다.

"잉글리쉬 페이션트"는 사랑 전쟁 죽음이라는 진부한 소재를 장대하고
운명적인 서사시로 엮어낸 솜씨가 돋보이는 수작.

등외작 "뽀네트"와 "샤인"도 주목할만 하다.

"뽀네트"는 너무도 사랑스런 아이의 시선을 통해 상실감속에 터득해가는
삶과 죽음의 의미를 제시한 작품.

"샤인"은 절망의 나락에 떨어졌던 타락천사 헬프갓의 감동적인 연주와
제프리 러시의 전율스런 연기가 인상적인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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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시무 < 상명대 강사 >

"초록물고기"는 깡패세계의 비정함을 근대화가 초래한 비인간화와
설득력있게 연계시킨 작품.

"첨밀밀"은 멜로드라마의 형식을 취하고 있지만 그 저변에는 중국
본토와 홍콩의 동질성 및 이질성을 포착하려는 감독의 의도가 깔려 있다.

순위에 들지 못한 "로스트 하이웨이"는 컬트의 거장이 만든 또하나의
수작.

의식과 무의식 세계가 뫼비우스 띠처럼 얽힌 구조 등 데이비드 린치
특유의 스타일을 십분 만끽할수 있다.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배용균 감독)은 개봉 자체가 하나의 사건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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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룡 < 홍익대 강사 >

"파고"는 일상성에 대한 탁월한 풍자가 돋보이는 영화다.

일상성이란 가장 지혜로우면서도 어리석고 웃기면서도 다소 쓸쓸하다.

등외작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김응수 감독)와 "증오"도 주목할 만하다.

"시간은..."은 80년대를 돌이켜보려는 작은 시도.

여기에 어찌 불면의 뒤척임이 없겠는가.

이야기를 완결짓기는 커녕 제대로 시작도 하지못한 것이 오히려 솔직해
보인다.

"증오"는 현실에 대한 미움을 가장 현실적으로 표현한 작품.

노련한 솜씨를 보면 청년 감독이라는게 믿어지지 않는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12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