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근간인 주식회사에서 주주는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놓고 정보통신부와 민간기업이 갈등을 빚고 있다.

정통부는 17일 입법예고하는 전기통신사업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 개정안을
통해 주주의 전화사업 경영참여를 최소한으로 제한하겠다고 나선 반면 민간
기업은 주주로서 경영에 직접 참여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정통부의 생각은 이렇다.

전국을 사업구역으로 하는 유선전화사업자(전국전화사업자)는 국가안보의
핵심인 기간통신망을 보유하고 있으므로 특정개인이나 기업이 소유해서는
곤란하다, 따라서 소유와 경영은 분리돼야 하며 주주가 이사로 선임돼 직접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또 기존 전화사업자의 경영진이 어느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지 않는
경영을 해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고 자랑한다.

경영진의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정통부는 그렇다고 주주의 기본적인 권리를 완전히 막지는 않는다고
주장한다.

주주협의회를 내세우고 있다.

주요주주들로 주주협의회를 구성, 대표이사선임 및 해임에 관여하고
주주의 이익에 관련된 중대한 사항에 대해서는 미리 심의할 수 있도록
하는 보완대책을 마련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민간기업의 생각은 전혀 딴판이다.

주주, 특히 대주주는 주주총회를 통해 이사를 선임하는 것은 물론 직접
나서서 경영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라는 것이다.

주주의 권한을 제한하는 것은 자본주의의 기본질서를 부정하는 위헌적인
조치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민간기업들은 현실적인 이야기도 거론한다.

하나로통신의 경우 삼성 현대 대우 선경 등 주요주주들이 4백50억원이상을
출자했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에도 불구하고 왠만한 중견기업의 1년매출보다 많은
거액을 투자한만큼 최소한 그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는지를 직접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기간통신망의 공공성을 앞세우는 정통부나 주주의 기본적인 권리를
강조하는 민간기업이나 모두 나름대로의 타당성은 있다.

문제는 이렇듯 상충하는 논리를 순리대로 풀어가지 못하는 정통부의
처신이 문제이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을 은근슬쩍 법에 끼워넣고 기업의 반발을 "힘"을
내세워 강압적으로 누르려는듯한 자세가 하나로통신이 결국 정통부가 좌지
우지하는 회사로 전락할 것이란 민간기업의 불안을 더욱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정건수 <과학정보통신부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10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