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여들어, 끼여들어"

"안돼! 내가 끼여들면 더 막히잖아"

"왜 안돼. 끼여들어"

조금이라도 빨리가기 위해 쉴새없이 끼어들기를 시도하는 우리나라 운전
문화를 풍자한 한 TV광고의 문구이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은 운전대만 잡으면 금방이라도 숨이 넘어갈 사람처럼
급해진다.

옆차선에 조금만 공간이 생겨도 어김없이 운전대를 튼다.

그러다가 다시 옆차선에 틈이 생겼다 싶으면 어김없이 비집고 들어간다.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에 사는 장환오씨는 얼마전 친구를 만나 부끄러운
얘기를 들었다.

미국에 이민가 있던 친구와 함께 오랜만에 저녁식사를 하고 차로 바래다
주던 길이었다.

숙소에 거의 도착했을 무렵 친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너같이 얌전한 얘가 왜이리 성격이 난폭하고 조급해졌니. 차에 있는 동안
불안해 혼났다"

장씨는 운전하는 동안 내내 이리저리 끼어들고 빵빵거리며 욕을 해댔던
것이다.

그러나 자신은 이런 행동이 거칠다고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러시아워 때의 도심 교차로는 양보를 모르는 운전자들로 인해 몸살을
앓는다.

대표적인 곳이 서울 아현고가 밑 교차로.

이곳은 아현동에서 충정로쪽으로 좌회전하는 차량들과 충정로에서 마포
방면으로 직진하는 차량, 마포방면에서 아현동쪽으로 좌회전하려는 차량들이
서로 뒤엉키면서 꼼짝을 못하는 곳이다.

이유는 교차로에서 진행방향쪽에 차가 많을 경우 파란불이더라도 일단
기다려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기 때문.

파란신호등이 들어오면 그냥 교차로로 진입한다.

그래서 교통순경이 없으면 얽힌 차들을 풀지 못한다.

양보하지 않고 자기만 먼저 가겠다는 성급한 마음이 무질서를 "확대재생산"
하고 있는 것이다.

운전자의 52.2%가 양보운전을 하면 나만 손해라고 생각한다는 공보처의
조사자료도 이런 사실을 뒷받침해 준다.

임삼진 녹색교통운동 사무총장은 "우리 운전자들은 교차로에서 노란불이
들어왔을 때 움직이는 차의 비율이 20%를 넘을만큼 조급하게 운전한다"며
"이제 도로는 보행자와 운전자의 생활공간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한은구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3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