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바트화폭락 사태가 필리핀, 말레이시아등 인근국가의 통화위기로
파급될 조짐을 보이자 현지진출 국내기업들이 대책마련에 나섰다.

삼성, LG, 대우등 현지에 진출해 있는 업체들은 태국 내수가격 인상을
검토하거나 현지 생산물량을 최대한 수출쪽을 돌려 달러화결제비율을
높이는등 다각도의 환차손 최소화 방안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현지투자업체들의 경우 한국 또는 제3국에 대한 원 부자재
수입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환차손 부담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아직까지 큰 피해는 없으나 통화위기가 계속될 것에 대비,
태국내내수제품의 가격인상안등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삼성전자는 현지공장의 달러화 대바트화의 자금운용비중을 5:5에서
7:3으로 조정해 이번 사태로 인한 환차손을 1백만달러 수준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LG전자도 바트화 폭락에 따라 원자재및 부품의 수입가격이 상승, 원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함에 따라 현지 판매가격 인상을 검토중이다.

또 현재 90%이상내수시장에 집중돼 있는 생산물량의 일정부분을 수출시장
으로 돌려 달러화결제 비중을 높이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함께 변동환율제 도입에 따른 헤징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대우전자의 경우 현지공장이 가동된지 얼마되지 않아 눈에 띄는 피해는
없다.

현재 생산되는 제품은 내수보다는 수출쪽으로 운영할 계획이며 내수
판매가격도 당초 계획보다 15%정도 올리기로 했다.

종합상사들은 대부분의 거래가 달러베이스로 이루어지고 있어 당장은
동남아의통화위기가 환차손등 직접적인 피해를 유발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한국상품의 가격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우려되되고 있다.

또 외상거래인 경우 현지 수입업체가 환차손을 입어 대금을 결제하지
못하거나 물품인수를 거절하는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주)대우 해외사업팀의 최기화이사는 이와관련 "바이어와 긴밀한 관계를
유지, 대금미지급사태를 예방하는 한편 가급적 외상거래를 자제토록 현지
지사에 지시해 놓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무역협회가 수출업계를 대상으로 바트화 폭락의 영향을
품목별로 조사한 결과 대체로 큰 영향은 없으나 일부품목은 바이어로부터
가격인하 요구를받거나 대금결제가 지연되고 있는 나타났다.

대부분 태국의 내수기업에 공급되는일반기계와 비료의 경우 수입업체가
대금결제 연기와 가격인하를 요구하고 있으며 철강도 현재 진행중인
상담에서 가격인하을 요구해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철강은 현지은행이 신용장 개설요건을 강화하고 있어 가계약분의
진행여부가 불투명한 상태다.

유류제품은 수입상이 가격인하를 요청하고 있으나 국내업체 입장에서는
이를 수용하기가 불가능한 상황이어서 장기적으로 수출물량의 축소 가능성도
예상된다.

또 석유화학제품은 태국산 제품의 가격경쟁력이 높아져 우리 제품의
대동남아수출이 위축될 전망이다.

<임혁.이의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