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업권을 둘러싼 한일간의 협상이 한창이다.

그러나 똑같은 문제를 대하는 양국의 태도는 너무도 판이하게 다르다.

현재 진행중인 한.일 어업협상은 소위 바다를 둘러싼 "밥그릇 싸움".

멀지않아 도마에 오를 2백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 설정을 앞두고
조금이라도 자기의 영해를 넓히기 위한 양국의 사전 정지작업인 셈이다.

일본은 외교채널과 언론을 동원 "어업협상이 20일까지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일방적으로 파기하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등 이번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6월 들어서는 지난 1월부터 일방적으로 실행에 들어간 직선기선을
적용, 우리나라의 통발어선을 4척이나 나포했다.

직선기선은 영해를 설정하는 한가지 방법으로 해안선을 중심으로 한
통산기선과는 달리 굴곡이 많은 해안선의 경우 일정한 지점들을 직선으로
연결해 이를 중심으로 영해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 경우 영해가 넓어져 향후에 있을 EEZ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게 된다.

해양부는 이같은 일이 벌어졌음에도 불구하고 사건의 심각성조차 깨닫지
못하고 있다.

해양부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매해 10여척의 어선이 일본에 나포된다"며
"이번 일도 특별한 경우는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평상시 이같은 일이 있을 때 길어야 3~4일 이면 귀국할 수 있었으나
이번에는 지난달 15일 일본 야마구치현으로 끌려간 어선 2척과 어민 18명이
아직도 갇혀있는데도 말이다.

더욱이 일본이 우리 어민을 볼모로 잡아둔 채 협상의 조기타결 압력을
가하는데도 해양부 담당과장은 어민들이 잡혀있는지 풀려났는지 여부도
파악못하고 있었다.

지난 13일 풀려난 909대동호와 선원을 17~18일 열린 한.일 어업실무자
회의에서 즉각 석방해 달라고 요구하고 외무부에 외교적 대응에 나서도록
협조를 구하는 해프닝을 벌이기도 했다.

무책임한 당국의 자세가 한심스럽다.

특히 정부의 미온적 대응으로 인해 낯선 땅 일본에 억류돼 있는 우리
어민들의 처지가 안타까울 뿐이다.

장유택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