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7회 베니스 베인날레 (6월15일~11월9일)가 열리고 있는 수상도시
베니스에는 20세기의 주옥같은 미술품 컬렉션으로 국제적인 문화엘리트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있는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 (The Peggy Guggenheim
Collection )이 있다.

1898년 뉴욕에서 태어난 구겐하임은 현대미술의 중요한 후원자로서
미술품을 컬렉션했을 뿐만 아니라 당대의 아방가르드 작가들과도 두터운
교분을 가졌다.

그녀는 뉴욕 맨해튼의 영향력있는 구겐하임 집안에서 부유한 어린시절을
보냈다.

젊은 시절에는 영국의 시골에 잠시 머물면서 제임스 조이스와 같은
전위작가와 교류를 했으며 20년대에는 파리에서 재즈음악이 유행했던
시기에 보헤미안 생활을 즐기기도 했다.

1930년대 말에는 현대미술분야에서 영원한 아방가르드인 마르셀
뒤샹과 가장 영향력있는 미술사가인 허버트 리드의 후원으로 런던에
"구겐하임 존느" (Guggenheim Jeune)라는 화랑을 열었다.

그러나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그는 유럽의 초현실주의 작가들과
함께 뉴욕으로 망명했다.

그당시 구겐하임은 파리에서 초현실주의 작가인 막스 에른스트와
결혼했으며 지금은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작가가 된 무명의 젊은 미국
작가였던 잭슨 폴록, 로버트 마더웰, 마크 로드코 같은 작가들과 전시회를
열었다.

휴전이 되자 그는 유럽으로 다시 돌아가 베니스의 중심부를 가로질러
흐르는 그랑카날강가에 위치한 18세기 건물 팔라조에 정착했다.

팔라조 구겐하임은 79년에 그녀가 사망하고 나서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으로 이름을 바꾸고 20세기의 명작들을 전시하고 있다.

건물 정면에 놓인 마리노 마리니의 "도시의 천사"라는 제목의 조각작품을
비롯 아름다운 정원에 놓인 에른스트, 자코메티, 미로의 조각 작품들과
실내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는 피카소, 브라크, 마그리트, 칼더, 몬드리안,
레제 등의 유명한 걸작은 언제나 미술애호가들의 눈길을 끌고있다.

페기 구겐하임 컬렉션은 뉴역의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과 관련을 갖고
있기는 하지만 행정과 재정이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베니스 비엔날레가 열리는 기간인 이번 여름내내 (6월7일~10월5일)
페기 구겐하임에서는 미국작가인 스튜어트 데이비스 (Stuart Davis:
1892~1964)의 작고후 처음 열리는 중요한 회고전이 개최된다.

이 전시는 스튜어트 데이비스의 대표작들을 보여주는 기획전으로
유럽에서 중요한 미국작가의 작품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스튜어트 데이비스는 초기에는 20세기 들어 처음으로 조직된 미국 원주민
발전상을 보여주는 아시캔파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1913년 미국에서 열린 국제 현대미술 전람회인 아모리쇼에서 크게
충격을 받았다.

아모리쇼는 새로운 미국미술의 아이덴티티를 자극하는 현대미술의
대표적인 전시였으며 마티스, 브라크, 칸딘스키, 마르셀 뒤샹 등의
작품들이 소개됐는데 스튜어트 데이비스는 이곳에 전시되었던 마티스,
고흐 등의 작품을 보고 크게 감명받았다.

이때문에 그의 대부분의 중요한 작품들에서는 재즈의 리듬감과 강렬한
원색의 세계가 뚜렷하게 표현되고 있다.

그는 베니스와 상파울루 비엔날레의 미국관에서 가장 먼저 전시한 미국을
대표하는 작가였다.

< 갤러리 현대 >

(한국경제신문 1997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