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 < 대천실업 전무 / 경제학 박사 >

우리경제가 2분기에 들어와 회복조짐을 보이고 있는 것은 불행중
다행이다.

수출증가율이 수입증가율을 앞질렀으며, 해외건설 수주와 반도체 등도
호조를 보이고 있다.

불황의 늪에 있는 우리의 경제에 서광이 비치는 듯 하다.

정부는 3분기말부터 저점이 끝나고 서서히 경기가 회복되면서 수출증가와
수입감소로 당초 금년 목표액인 1백60억달러이하의 경상수지 적자를 나타내
96년 적자액보다 크게 감소세를 보일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예측하였다.

그러나 지금은 성급하게 낙관이나 비관을 할 때가 아님을 경계하는
바이다.

이는 특히 최근의 엔고라는 외생변수로 경기의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므로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호재인 것이다.

지금 우리 경제의 어려움은 단기적인 몇가지 호재로서 반전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고, 전문가들이 지적한 바와 같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는
고비용 저효율 구조라는데 문제가 있다.

정부는 이러한 구조적인 문제의 근원적인 혁파에 끈기를 갖고 더욱
박차를 가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앞으로의 경기회복을 가로막는 몇가지 경제지표가 아직도 도사리고
있다는 것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첫째 경상수지 적자가 지난 4월말 95억달러에 달하여 정부가 호언한
연간 목표 1백60억달러의 절반을 훨씬 넘어섰다.

2분기이후에 반도체 철강 자동차 등의 수출이 어느정도 순조로운
회복세를 보여주느냐가 관건이라 하겠다.

둘째 부도업체수가 다시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5월에만도 1천3백18개 업체가 도산(하루에 43개 꼴)해 부도율이 0.25%로
15년만에 최고를 보이고 있다.

셋째 실업자수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1주일에 18시간 미만의 잠재실업자 37만명을 포함하여 총 실업자수가
1백3만2천명으로 실업률 4.9%를 나타냈다.

이는 실업률 1% 증가때에 경제성장률 2.5% 감소한다는 A,okun의 법칙을
상기해보면 고용불안과 저성장의 함수관계를 엿볼수 있다.

한편 정부에서는 아직도 구조적인 해결책에는 소극적이고 선심성을
보이는데 급급한 인상을 주고 있다.

즉 한국은행은 2분기에 총 통화를 16조원정도 신규로 공급하겠다고
하였다.

이는 MCT기준(M1+양도성예금증서+금전신탁)으로 17%이고 총통화 대
M2증가율 20.5%로 41개월만에 최고의 통화 증가율을 기록할 것 같다.

이 또한 경기부양을 위한 의도적인 미봉책일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연말 대통령선거가 다가오므로 총수요증가에 정치적 인플레
기대심리가 고조될 것은 쉽게 예측될수 있다.

순탄한 경기회복을 위한 몇가지 대책은 다음과 같다.

첫째 수출증가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기 위해 외환시장의 수요 공급의
흐름이 자유롭게 되도록 신축성을 부여하면 미국달러 강세에 대한 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다.

목표환율대 시스템의 적극 활용이 요구된다.

둘째 부도방지를 위한 위험분산 보험제도를 신설하여 그 기금을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은 물론 그와 협력관계에 있는 대기업이 공동 조성한다.

그러나 보험의 편익을 노려 고의적인 도산을 자초하는 도덕적 해이는
제도적으로 사전 봉쇄되어야 하겠다.

셋째 개정된 노동법상 허용된 정리해고제의 실행은 유연성 있게 실시하며
해고보다는 노동력의 적재적소 재배치, 노동시간의 재조정, 임금의 자발적
동결 등으로 실업자의 수를 최소한으로 줄여야 사회적 불안과 박탈감에
의한 부작용을 막을 수 있다.

근무기간동안에 실업자보험을 꾸준히 적립하도록 의무화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넷째 통화는 일정한 준칙을 정하여 꼭 지켜 나가야만 한다.

너무 탄력적으로 운용하면 주먹구구식의 통화정책이 되어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하고 인플레 심리를 부추길 뿐이다.

다섯째 국제경쟁력강화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가장
큰 자본재산업을 적극 육성해야 하며 이를 위해 상업차관 허용과 수도권
공장 신증설의 규제를 대폭 완화해야 한다.

또한 95년 정부가 수립한 자본재 국산화 5개년계획은 차질없이 적극
추진해야 한다.

이것이 완료되면 지금의 예상으로 계획 만료 해인 2000년에는 국산화품
1만94개로 무역수지 개선효과는 1백억달러로 추산된다.

결론적으로 오늘의 어려움은 구조적이고 장기적인 특성을 갖고 있다.

인내와 각고로 하나하나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우리 모두 신념을
갖고 매진해야 하겠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