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는 노조의 단협 교섭권 제3자 위임과 관련,"아남산업 케이스"는
노사관계를 악화시킬 소지가 크다며 반대한다는 입장이다.

또 노동부가 교섭권을 위임받을 수 있는 제3자의 자격에 대해 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에 유감을 표명하고 이에 대한 명확한 방침 제시를
촉구했다.

경총은 조만간 이런 내용을 담은 항의문을 노동부에 발송할 계획이다.

경총은 우선 아남산업 노조가 교섭권을 위임한 단병호씨가 교섭권자로
적합치 않다는 주장이다.

경총관계자는 "단병호씨는 법외단체인 전국민주금속노조연맹 위원장인데다
현재 해고 근로자"라며 "교섭권 수임자로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특히 단병호씨는 구속 전력까지 있어 원만한 노사교섭의 파트너로 부적합
하다는게 경총측 견해다.

경총은 지난달 단협지침을 통해 <>해고자나 해고효력을 다투는 자 <>적법한
상급노동단체에 등재돼 있지 않은 자 <>법외 및 비합법 단체 <>사회통념상
부적합한 자 등에게 교섭권이 위임됐을 경우 단체교섭을 거부하도록 각
사업장에 지시했었다.

이는 개별 회사의 노사협상은 원칙적으로 노사 당사자가 벌여야 하고
설령 제3자에게 위임되더라도 회사 사정을 잘 아는 합법적인 상급단체나
노동전문가 등이 맡아야 한다는 취지에서다.

경총은 아남산업이 단씨를 상대로 단체협상을 재개한 배경과 관련,
노동부에 대해 서운하다는 표정도 감추지 않고 있다.

노동부가 단체교섭을 위임받을 수 있는 제3자의 자격범위를 명확히 규정
하지 않은데 이번 아남산업 사태의 원인이 있다는 시각에서다.

실제로 아남산업은 단병호씨를 협상 파트너로 인정할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최근 노동부에 유권해석을 의뢰했으나 확실한 답변을 얻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아남산업은 서울 동부지방노동청으로부터 "노사교섭에 성실히
임하라"라는 권고를 받고 협상을 마지못해 재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총은 따라서 앞으로 아남산업과 같은 경우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노동부가 협상권 위임을 받을 수 있는 제3자 자격에 대한 원칙
표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교섭권의 변칙적인 위임은 다른 회사들에도 확산될
것이고 이는 노사관계 악화의 불씨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노동계는 아남산업 사측의 결정을 반기고 있다.

교섭대리인의 정당한 교섭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이는 것은 당연하다는
것이다.

민주금속노련 관계자는 "교섭력이 약한 단위노조를 상급단체나 노동문제
전문가가 도와주도록 하자는 것이 교섭권 위임 대상을 개인으로 확대한 법
개정의 취지"라면서 "앞으로 적극 활용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동계, 특히 민주노총 산하 산별연맹들은 교섭권 위임을 중시하고 있다.

궁극적 목표인 산별단위노조 건설에 앞서 상급노조에 교섭권을 위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민주금속노련과 같이 노조설립신고를 마치지 못해 상급노조 자격으로
교섭권을 위임받지 못하는 산별연맹들은 노동법이 개정돼 교섭권 위임대상이
개인으로 확대된 것을 다행으로 여기고 있다.

노동계는 노동부가 교섭권 위임에 관한 지침을 만들지 않기로 결정한데
대해서도 반기고 있다.

이들은 최근 노동부가 법률검토를 끝내고 대리교섭인의 자격을 제한하려
한다고 알려지자 강력히 반발한 바 있다.

한편 노동부는 교섭권 위임에 관해서는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지
정부가 지침을 만들어 간섭할 일이 아니라고 밝혔다.

정부로서는 교섭의 틀을 만들어 놓고 노사가 이를 준수하도록 감시하는데
그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교섭권 위임에 따른 결과에 대해서도 노사가 책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노동부는 교섭권 수임대상이 확대됐다고 해서 문제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가 교섭권을 제3자에게 위임하려면 총회나 대의원회의 의결을 거쳐야
하는데다 교섭권을 위임하고 나면 집행부 위상이 약화되기 때문에 무분별
하게 교섭권을 포기하지는 않는다는 것.

또 대리교섭인의 부당한 교섭 요구에 대해서는 사측이 거부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 김광현.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