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 돈을 빌려주었다가 부도로 떼인 금융기관이 해당기업의 외부감사를
맡았던 회계법인에 대해 분식결산을 지적해내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어
손해배상을 청구하기로 했다.

국내에서 부실감사로 손해를 본 주식투자자들이 기업과 회계법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사례는 있지만 채권금융기관이 소송을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8일 동양종금은 마이크로세라믹의 94년과 95년 회계를 감사했던
삼원합동회계사무소 담당회계사와 마이크로코리아의 94년과 95년 회계에
대한 외부감사를 맡았던 대주두이회계법인과 동남합동회계사무소
담당회계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10일께 서울지방법원에 낼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들 3개 외부감사인은 마이크로사의 결산보고서를 감사한 뒤 모두
"적정의견"이란 평가를 내렸었다.

손해배상 청구금액은 동양종금이 이들 2개사에 빌려준 22억여원 상당액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동양종금은 "법원이 마이크로사에 대한 재산을 실사한 결과 부외부채가
많고 차입금에 대한 지급이자가 적게 계상됨으로써 적자가 흑자로 분식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감사인에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제기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서울지법 민사합의50부는 "마이크로사는 일시적 자금난으로 부도난 것이
아니라 지난 93년부터 4년간 계속 적자상태였다"고 밝혔었다.

반면 마이크로코리아의 감사보고서에는 94년과 95년에 각각
16억1천3백만원, 15억6천6백만원의 당기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나 있다.

부채규모 역시 1천9백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으나 마이크로코리아의
95년도 감사보고서에는 부채총액이 5백56억5천7백만원인 것으로 표시돼있다.

동양종금은 "이번 소송이 국내에서 금융기관이 외부감사인들에게 책임을
묻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작년말 공인회계사법 개정으로 공인회계사업계는 투자자보호기금을
조성하기로 했으나 이 기금은 공인회계사들의 97년도 수입이 결정되는 내년
3월께부터 조성될 예정이다.

마이크로코리아는 마이크로세라믹등 5개 계열사를 두고 있으며 모나미
빠이롯트와 함께 국내 3대문구업체의 하나로 지난 2월초 신한은행 독산동
지점등에 돌아온 어음 11억여원을 막지못해 최종 부도처리 됐었다.

< 오광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6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