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공부방" "전화방" "과일방" "CD녹음방" "스트레스해소방"
"황토방" 등.

신종 비즈니스인 이색 "방"들이 쏟아지고 있다.

학생을 상대로 한 "방"에서부터 성인남녀의 은밀한 대화를 주선하는
곳까지 양태도 가지가지다.

컴퓨터공부방은 컴퓨터를 이용한 일종의 신종 독서실이다.

4~5대 정도의 컴퓨터와 각종 교육용 소프트웨어를 구비해 놓고 학생들이
자신의 실력에 맞춰 공부를 할 수 있도록 해놓았다.

컴퓨터공부방 프랜차이즈인 "컴교실"의 허정일 과장은 "자체 개발한
영어 수학 교육프로그램이 학생들을 스스로 공부하도록 하기 때문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등록비는 한달에 15만원 정도.전국에 이미 1백여개가 넘는 업소들이
등장했다.

전화방은 모르는 남녀간의 통화를 알선해 주는 곳.

외국에서 성업중인 폰섹스산업의 한국판으로 탈선을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그래도 최근 서울에만 30여곳,전국적으로 1백여곳이상이 들어설 정도로
급속히 확산되는 추세다.

CD 녹음만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CD녹음방도 성업중이다.

마포 뮤직코리아를 운영하고 있는 인기 DJ 김광한씨는 "가수가 되고
싶었던 주부들이 주된 고객"이라며 "원하는 이들에게는 비디오도 찍어
아예 비디오CD를 제작해 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CD방은 일종의 변형 노래방.

노래방 영업도 하면서 손님이 원할 경우 부른 노래를 CD에 담아 미니
앨범을 제작해 준다.

비용은 6만~7만원 선이다.

음주가무를 즐기는 한국사람의 취향에 사업의 포커스를 맞추고 있는
셈이다.

비디오숍이 비디오를 빌려주는 곳이라면 CD롬 방은 CD롬을 빌려주는
곳이다.

게임 다큐멘터리 교육 최신정보 등 다양한 CD롬을 구비해 놓고 신세대
고객들을 파고들고 있다.

이러한 "방"들은 주로 일본에서 유행하는 업태를 베낀 것.

따라서 우리의 정서와 맞지 않는다는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전화방.

탈선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당국에서는 "규제할 규정이 없을뿐 아니라 이를 담당할 주무부서
마저 명확하지 않다"며 수수방관하고 있다.

일본 것을 비판없이 도입하다 보니 초기에 실패한 것도 있다.

과일방이 그렇다.

점포에 수박 참외 딸기 등 과일을 준비해 현장에서 직접 깎아주거나
즙을 갈아 내놓는 과일방은 다이어트나 건강식에 관심있는 여대생이나
주부를 타깃으로 몇군데서 문을 열었지만 최근들어 모두 문을 닫았다.

그래도 소리지르기 차량부수기 해머내리치리 얼음깨기 등 듣기만 해도
속이 후련해지는 "스트레스 해소방" 등 일본에서 유행하는 이색 "방"들이
잇달아 선보일 것으로 예상되기도 한다.

특히 경기불황으로 직장을 나와 승부를 걸 직종을 찾는 명예퇴직자나
자영업자들이 늘어남에 따라 "방"시리즈는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 김주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