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최대의 호황을 누리는 미국 기업들.

그러나 그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은 요즘 말못할 고민에 시달리고 있다.

이례적 호황으로 인한 인력난이다.

인력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구인'' 대열에 나선 경영자들의 모습은 눈물날
정도다.

구인난을 해소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물론 임금인상이나 복지향상이다.

그러나 이 방법은 회사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플로리다주의 식품체인인 윈-딕시스토어.

이 회사는 지난해부터 임시직(파트타임) 종사자들에게도 휴가제도 건강
보험등의 복지혜택을 주었다.

회사에 대한 소속감을 주어 이탈을 막기 위해서다.

과감한 투자로 직원들의 "엑소더스"는 막았다.

그러나 대가는 이익의 34% 감소로 나타났다.

미네소타주의 한 버거킹가게.

업주는 지난 1월 들락날락하는 종업원을 붙잡아 두기 위해 시간당 임금을
6달러에서 7달러로 올려줬다.

그러나 임금만 올라갔지 성과는 별로 없었다.

지금도 매장에서 가장 잘보이는 창에는 "사람구함"이란 표지가 커다랗게
붙어 있다.

임시방편이지만 사람을 구해 오는 종업원에 대한 혜택을 확대해 주는 곳도
많다.

인디애나폴리스의 매리어트호텔은 새 종업원을 데려오면 1백달러를 특별
보너스로 지불한다.

제너럴일렉트릭(GE)의 자회사인 GE메디컬시스템에서도 신입사원을 "모셔
오는" 직원에게 대형TV와 비행기티켓을 선물로 준다.

아예 "고용체계"를 뒤바꿔 놓는 회사들도 있다.

밀워키의 코스사.

스테레오헤드폰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얼마전 주 5일(하루 8시간) 근무를
주 4일(하루 10시간) 근무로 바꿨다.

전화 한통없이 무단결근하는 직원들이 많아진데 따른 대응책이다.

하루만 빠지면 주급의 4분의 1을 손해본다는 심리적 압박감을 줘서 출근율
을 높이기 위해서다.

"파격적인 시도이지만 아직까지는 성공적"이란게 이회사 마이클 코스사장의
귀띔이다.

"근로자풀"이란 새로운 고용조직이 생겨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덴버의 고용컨설팅회사인 올스톤은 인근지역 8개 기업과 계약을 맺어
"취업대기소" 성격의 근로자양성기관을 만들었다.

멕시코계 미국인등 이곳에 찾아오는 예비근로자들을 교육시켜 놓고 있다가
기업이 필요로 하면 즉각 공급하는 시스템이다.

이처럼 구인이 어려우니 새로 들어오는 종업원의 자질이 좋을리 만무다.

세인트루이스의 스톤컨테이너 판지공장은 신입직원의 80%가 일반 자의
눈금을 읽는 시험조차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에 한숨을 쉬기까지 했을 정도다.

시카고의 한 빵공장은 종업원들에게 오후근무가 끝난뒤 아예 수학과외공부를
시킨다.

사용자들은 결국 스스로 채용수준의 잣대를 낮출수밖에 없다.

자질의 저하를 교육으로 메운다는 생각에서다.

고객서비스의 질을 일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쩔수 없는 선택이다.

그러나 이는 교육시간과 비용을 두배이상 늘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미국의 전국실업률은 지난 2월 기준으로 5.2% 수준.

하지만 경기가 좋은 지역의 최근 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낮다.

데스모인즈(아이오와주) 미니애폴리스(미네소타주) 내슈빌(테네시주)
랠레이-더럼-채펄힐(노스캐롤라이나주)등은 실업률이 3%를 밑돌 정도다.

경영자들의 고민이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통계인
셈이다.

< 육동인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