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로부터 풍수에서는 "물이 깊은 곳에는 부자가 많고 얕은 곳에는 가난한
사람이 많으며, 물이 모이는 곳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살고, 흩어지는
곳에는 사람의 이동이 많다"라고 하였다.

오늘날의 풍수에서는 도로를 하천가 같이 본다.

그래서 길흉을 따질 때 도로를 물의 성질과 같이 비교하여 판단한다.

물은 고여 있지 않아야 하며, 계곡처럼 급하게 흘러도 좋지 않다.

물이 흐르는 바깥 방향은 땅을 갉아먹으므로 흉지로 보며, 안쪽은 살이
붙기에 길지로 본다.

같은 지역의 도로변이라도 바깥쪽보다는 안쪽의 상권이 발달되었으며
사람들의 움직임이 활발한 것도 풍수적으로 해석된다.

도로 바깥쪽일 경우 달리는 자동차가 덮칠 염려도 있고, 사람들의
움직임도 멀리 돌아가는 바깥쪽보다는 안쪽을 선호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다.

물과 물이 만나는 곳, 즉 도로가 만나는 곳이 기가 모이는 곳이다.

이러한 곳이 사람들의 왕래가 많아 활력이 넘친다.

물이 깊고 넓어야 하듯, 도로도 넓어야 한다.

도로가 넓어야 자동차와 사람의 통행이 많은 것이다.

또한 넓은 도로변의 토지는 건축시 높이 지을 수 있기에 용적률과
건폐율을 많이 적용할 수 있고 연면적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기에 토지
효율성이 높다.

대로변의 땅값과 이면 도로변의 땅값이 현격히 차이나는 것이 결국은
토지의 효율성과 수익성 때문이다.

풍수에서 지하수가 흐르는 곳은 흉지로 본다.

하지만 수맥이 지상으로 넘쳐 나오는 곳은 길지로 본다.

요즘의 관점에서 보면 지하철은 수맥과 같다.

지하철이 지나는 곳은 진동이나 지하 공동 현상으로 풍수상 흉지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분출구로서의 지하철역이 있는 곳은 역세권으로 상권의
보증수표가 되는 길지로 변하는 것이다.

변두리지역이라도 지하철이 개통되면 역주위로 황금상권이 형성되고 있지
않는가?

결과적으로 과거에는 길지와 흉지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것이었지만 요즘은
개발 여하에 따라서 길지가 흉지로 바뀌기도 한다.

풍수에서 흉지로 보는 막다른 골목이나, 이면 도로변이 도시계획으로 큰
도로가 나고 구획정리가 된다면 흉지인 땅이 재화를 부르는 길지로 변하기도
한다.

길도 없는 무허가 판자촌을 재개발지역으로 지정하여 도로를 크게 내면
순식간에 그 지역은 길지로 변해서 많은 부를 가져다주며 양호한 주거환경을
형성한다.

또한 밀집한 지역에 소방도로가 나서 기의 흐름을 왕성하게 하면 그
지역의 상권이 활성화 될수도 있고, 반대로 양호한 상권에 고가도로가
개통되는 바람에 지역상권이 죽는 경우도 있다.

얼마전에 재시공이 들어간 당산철교 때문에 당산역이나 합정역 더 나가서
신촌 상권까지 일시에 영향을 받는 것도 철교로 연결되었던 기의 흐름을
인위적으로 끊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이처럼 도로에 따라 땅의 길흉이 바꿔질 수 있다.

이는 부동산 개발에 있어서 풍수적 순리도 충분히 고려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광영 < 한국부동산컨설팅 대표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