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철씨 재산관리인으로 알려진 박태중씨 계좌에 현금 61억원을 입금한
회사들에 대해 이 돈을 입금한 배경과 관련,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박씨 계좌에 돈을 넣은 것으로 밝혀진 우주종합건설 코오롱 등은 각각
"사채로 빌려쓴 돈을 갚은 것"이나 "공동사업출자금"이라고 거래 사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한국이동통신(현 SK텔레콤)은 선경그룹에 경영권이 넘어오기 전의
일이어서 사실 여부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우주종합건설 오경화 사장은 3일 "입금된 돈은 심우로부터 빌린 돈을 갚은
것"이라고 밝혔다.

오사장은 "이 돈때문에 지난 2일 우주종합건설 고영준 부사장이 대검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조사에서 단순한 채권 채무관계로 돈이 오고간 것이
확인됐다"고 말했다.

오사장은 "심우로 부터 처음 돈을 빌린 것은 지난 94년 2월14일로 심우의
전신인 당시 두일로부터 30억원을 빌려 한달이 지난 3월12일 박씨 계좌에
입금시켰다"고 말했다.

오사장은 또 "같은 달 24일 다시 10억원을 빌려썼으며 3개월후인 6월23일
4억원을 되갚는 등 4차례에 걸쳐 10억원을 상환했다"고 설명했다.

오사장은 그러나 박씨와 거래를 시작하게 된 동기에 대해 자신은 잘 알지
못하며 "급전이 필요하다고 하니 고부사장이 구해온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오사장의 설명대로라면 박태중씨가 거액의 돈을 사채로 굴린 것이 돼
"사업이 시원치않아 계열회사들을 정리했고 돈이 없어 세금을 내지 못했다"는
박씨의 자신의 재산에 관련된 설명은 거짓말일지 모른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우주종합건설은 제주도 용담동에 위치한 건축토목회사다.

종업원은 1백여명이며 제주도 도급순위 1위인 업체다.

지난해말 현재 도급한도액은 3백94억원으로 전국도급순위로는 2백23위.

최근 제주시에서 80억원 규모의 한국통신공사 사옥증축보수공사를
시행했다.

코오롱측은 이웅렬 그룹회장이 94년10월 박씨 계좌에 2억원을 입금한 것에
대해 "당시 박씨와 공동으로 설립한 외식사업 국내체인점인 블루노트코리아의
사업자금으로 준 것"이라고 밝혔다.

코오롱측은 그러나 블루노트코리아의 사업진행은 보류되고 있으며 박씨가
당시 대준 2억원을 돌려주겠다는 의사를 전했었다고 밝혔다.

코오롱은 박씨가 운영하던 자본금 1억원짜리 의류업체 파라오를 31억원에
매입한 것에 이어 이번 계좌입금 사건이 터지자 당혹감을 보이면서도 거래가
순수한 사업차원에서 이뤄졌을 뿐 코오롱과 박씨나 현철씨의 특수관계
때문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코오롱 관계자는 특히 이회장과 현철씨가 고려대 선후배관계로 고대출신
경제인 모임인 경영연구회 회원으로 활동했다는 것과 이번 사건을
연결시키지 말아줄 것을 당부했다.

SK텔레콤측은 전신인 한국이동통신이 지난 93년 박씨에게 3억원을
건네주고 추가로 18억억원을 입금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검찰이 조사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당시 한국이동통신은 한국통신 자회사였다"며 "선경
그룹으로 경영권이 넘어오기 전 일이어서 지금으로서는 사실 관계를 알 수
없다"고 밝혔다.

SK텔레콤측은 "한국이동통신이 박씨에 돈을 줬는지 여부를 확인할 길은
없으나 이 사건을 SK텔레콤이나 선경그룹과 결부시켜 생각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했다.

< 고기완. 조주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