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뤼셀=김영규 특파원 ]

유럽연합(EU)은 2일 우리 조선업계의 공격적인 가격정책과 정부의 저리
대출제도를 비난한 후 유럽업체들간 경쟁력 강화를 위한 협력을 촉구했다.

EU집행위는 이날 공업장관이사회에 제출한 조선산업 경쟁력보고서를 통해
"한국 조선업계는 세계 선두자리를 차지하는 방안으로 90년대 들어 선조
능력을 2배로 확장, 전세계 조선설비가 10% 늘어났다"고 지적하고 "한국
업체들은 신규설비를 활용, 공격적이며 약탈적인 가격정책을 펼쳤으며 이로
인해 많은 분야에서 세계 1위자리를 차지했다"고 비난했다.

또 "한국 산업은행은 장기저리 대출이란 특혜를 통해 한국업체들이 설비를
늘리는데 도움을 주었다"고 이 보고서는 주장했다.

이에따라 유럽조선업계의 채산성이 떨어지고 오는 2000년에는 설비가동률이
70%선을 밑돌 것이라고 이 보고서는 분석하고 "유럽업체들은 생산 마켓팅
디자인등에서 협력을 강화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보고서는 "한국은 5개 조선소가 생산설비의 90%를 소유하고 있는 반면
유럽은 1백개 이상의 업체가 난립, 분열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합병의
필요성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이어 유럽 조선업계의 생산성이 일본보다는 25~30% 떨어지며
한국과는 비슷한 수준이나 그만큼 임금수준이 높은 약점을 안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관련 브뤼셀 무공의 이효수관장은 "이 보고서는 EU 조선업계가 겪는
어려움이 한국업계 때문이란 점을 강조해 오는 24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모종의 조치를 유도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는 것 같다"며 우리엽계의 주의를
요청했다.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