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서울시장은 유독 "현장"을 강조한다.

민선시장 취임초 겪었던 삼풍백화점 붕괴 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현장과 1대1로 자매결연을 맺고 1달에 1번 이상 방문해 그 결과를 인사과
에 보고하라"고 시 간부에게 닥달(?)까지 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현장방문에는 그 누구보다도 열심인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그러나 요즘 조시장의 행보를 보면 이같은 "현장강조"가 겉돌고 있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3일 아침 조시장은 송파구 가락동 농수산물시장을 방문했다.

하지만 도착한 때는 이미 장이 파한 시간.

조시장은 간단한 업무보고만 듣고 발길을 돌렸다.

한마디로 "행사"로 끝냈다는 얘기다.

파업으로 시민들이 고통을 받은 시내버스 요금인상과 관련한 태도를 보면
이런 느낌은 더욱 굳어진다.

시내버스파업이라는 최악의 결과가 나온 지난달 25일밤.

조시장은 노사협상이 진행되고 있던 송파구 교통회관에 그림자도 비치지
않았다.

부산이나 대구에서 민선시장이 직접 협상장소에 나가 파업을 모면토록
노력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궂은 일엔 부하직원을 내보내고 환영받는 행사에만 참여하는 조시장을
보고 "포청천도 응달에는 가지 않는구나"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런
연유다.

시내버스파업이후 10여일이 다 지나도록 버스요금인상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지금도 조시장은 여기에 대해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다.

대신 각종 정치세미나나 토론회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고 시 관계자는
귀뜸한다.

시민들의 당면한 문제해결엔 뜻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을 쓰는게 아니냐는
볼멘 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래서다.

"현장"은 생생한 시민의 목소리를 듣고 문제해결을 위한 시발점으로 삼아야
하는 곳이다.

조시장이 현장방문을 단지 시민들이 마중 나와 박수치고 관계기관장들과
인사를 나누는 자리로만 여기는게 아닌지 답답하다.

김준현 < 사회1부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