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보특혜대출과 김현철씨 비리의혹사건을 수사중인 대검 중수부(심재륜
검사장)는 1일 정태수 한보 총회장이 지난해 4.11총선직전 33억원을 회사
은행 계좌에서 현금으로 인출한 사실을 확인하고 이 돈의 사용처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검찰은 그룹재정본부 일일자금 수지상환표에서 정총회장이 지난해 총선
직전 3억~10억원씩 6차례에 걸쳐 33억원을 인출하는 등 지난해 2월부터 올
1월까지 2백45억원을 빼낸 사실을 확인했다.

검찰은 이 돈이 정총회장이 (주)한보로부터 빼돌린 6백40억원중 일부일
것으로 보고 정씨 일가에 대한 금융계좌를 중심으로 자금의 흐름을 추적
중이다.

검찰은 이와함께 지난해 총선직전 인출된 33억원이 정총회장이 집중로비를
벌인 것으로 알려진 국회 재경위와 통산위소속 의원들에게 건네졌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탐문수사를 벌이고 있다.

한편 검찰은 김씨의 측근인 (주)심우 대표 박태중씨가 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즉석복권 사업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관련, (주)로토텍 인터내셔널
대표 최종원씨를 이날 소환, 발행 복권 물량의 50%를 이면계약으로 맺었다가
해지한 경위 등을 조사했다.

검찰은 또 현철씨 2천억원 리베이트 수수의혹과 관련, 한보철강 열연설비
도입업체인 독일 SMS사와 일본의 고베철강 등으로부터 수입계약체결 관련
서류에 대한 협조요청을 하는 한편 설비도입을 중개한 클로바무역 대표
전기명씨 등을 재소환, 설비도입과정에 대한 경위를 집중 재조사했다.

검찰은 이와함께 서울 조흥 외환은행 실무급 관계자 5명을 불러 한보
철강에 대한 신용평가서 등 대출관련서류를 조작했는지 여부와 실무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은행고위관계자의 일방적인 지시에 의해 대출이 결정된
구체적인 경위 등에 대해 조사를 벌였다.

검찰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이번주 4일 대검찰청에 대한 국회청문회
일정때문에 주요 소환자가 없다"고 밝혀 은행장들에 대한 소환이 다음주로
늦춰질 것임을 시사했다.

< 한은구.이심기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4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