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주요 소비층인 대기업들이 올해 컴퓨터및 각종 전산장비에 대한
투자예산을 대폭 줄임에 따라 올 국내 컴퓨터시장이 크게 위축될 전망이
다.

이는 경기침체와 한보부도의 여파로 대기업들이 고가 전산시스템에
대한 투자를 줄이거나 투자계획을 다음해로 이월하기 때문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 현대 LG 한진등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투자하
려던 메인프레임 유닉스서버,각종 네트워크장비등 전산시스템분야에 대
한 예산을 30~40%가량 줄이는 감량경영에 나서고 있다.

삼성그룹은 26개 계열사 IS(정보시스템)실에 투자하는 중대형 전산장비
구입예산을 지난해 5백여억원에서 대폭 줄인 3백억~4백억원 정도로 책정
했다.

그룹 SI(시스템통합)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삼성데이타시스템은 "계열사
별로 구입하는 PC및 각종 소규모 전산장비의 구매계획은 아예 백지화될
수도 있다"며 "이 부문의 투자규모가 전체 전산장비투자액의 60~70%정도
여서 실제 전산장비 구입 감소폭은 더욱 클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계열사 전산실의 전산장비를 통합하기 위해 2백30
억원을 투자했으나 올해는 이보다 소폭 증가시킨 3백억원 정도를 전산
장비 구입에 투자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정보기술은 "경쟁업체보다 전산시스템 확충이 늦은 만큼 다양한
프로젝트를 준비했으나 경기침체여파로 예산을 대폭 줄여 나가고 있다"
고 밝혔다.

LG그룹도 구미와 청주에 들어서는 TFT-LCD(초박막 액정화면표시장치)와
64메가D램 반도체공장에서 사용하게 될 전산장비를 비롯한 몇몇 프로젝
트를 제외하고는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줄어든 수준으로 구매계획을
잡고 있다고 밝혔다.

이와함께 한진등 나머지 10대 그룹들도 경기침체여파로 적극적인 투자
를 기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컴퓨터 공급업체들도 올 매출목표를 지난해말 세웠던 매출목
표치보다 크게 줄여잡고 있다.

메인프레임 공급업체인 한국IBM은 그동안 연평균 10~15%정도의 매출성장
률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현상유지에 급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함께 용산전자상가등 PC유통업체들도 올해는 매출신장률이 크게
둔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박수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3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