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요즘 졸업시즌을 맞아 온통 꽃다발로 뒤덮여 있다.

그러나 26일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는 대학졸업식처럼 화려하진 않으나
더 큰 의미를 가진 "작지만 큰" 졸업식이 열렸다.

배움의 기회를 놓친 주부들을 대상으로 중.고등학교 과정 등을 가르치는
양원주부학교 봄철 졸업식이 거행된 것.

10대에서 70대까지 1천3백73명의 한복을 차려입은 여인들은 남다른 감회로
눈시울이 뜨거워짐을 느꼈다.

경제적 어려움과 여성에 대한 편견 때문에 배우지 못했던 한이 일순간에
스러지는 순간이었다.

학교에서 돌아온 아이들이 모르는 숙제를 물어올까봐 가슴조리던 시절들,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한채 시집을 보내고 안쓰러워 하시던 친정 부모님의
주름진 얼굴도 떠올랐다.

중등부를 졸업하는 이모씨(45)는 "40대에 입학을 하면서는 과연 공부를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며 "1년이 지난 지금은 생에 대한 새로운
의욕마저 생긴다"고 소감을 밝혔다.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내 친구여."

합창단이 불러주는 졸업가를 듣는 최고령 김옥순 할머니(71) 최연소
오민지양(19) 등 졸업생들에게는 나이를 넘어서 함께 공부해 온 지난 1년이
한순간처럼 스쳐가고 있었다.

< 장유택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7년 2월 27일자).